[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역사를 통해 배우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
기사입력 2019.08.07 09:00
  • 역사는 반복된다. 지식의 총량이 늘어날 뿐 인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화 -> 탈중앙화’의 반복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인류의 시작은 ‘개인(individual)’이다. 최초의 문명은 흩어져있던 개인들이 모여 부족을 이루면서 시작되었다. 인간은 다른 야생 동물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신체적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을 통해 지구를 점령해 나갔다. 우리의 선조들은 농업혁명을 통해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정착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급격히 증가한 생산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소규모 집단이 씨족의 형태로 진화했다.

    이런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권자가 필요했다. 특정인에게 힘을 몰아주고 조직을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리더(Leader)’의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부족국가는 왕정국가로 발전했고, 중앙 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왕(King)은 막대한 부와 권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는 법. 대중의 필요로 만들어진 중앙 권력이지만, 왕과 귀족들은 본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들을 착취했다.

    이는 결국 탈중앙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이다. 프랑스 인구의 약 98%를 차지했던 제3 신분(평민)들을 중심으로 한 민중들은 수백 년 동안 유럽을 지배한 절대 왕정을 무너트렸다. 이들이 주장한 자유·평등의 가치는 근대 민주주의 기반을 제공하였다. 혁명군 장군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다시금 철저한 중앙 집권 체제로 회귀하였으나, 결국 현대의 대다수의 국가는 민주주의라는 ‘권력 분산형’ 정치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는 ‘중앙 -> 탈중앙’의 반복이라는 흥미로운 패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은 ‘개인’이라는 단위에서 시작되었지만, 개인들은 모여 집단이 되었고, 집단 속에서의 권력은 ‘중앙 집권화’와 ‘탈중앙’을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이 두 개의 극단적인 스펙트럼 중에 어느 쪽에 더 가까이 가고 있을까?

    필자가 내린 답은 명확하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앙 집권화’된 시대에 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인류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민주주의라는 시스템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대중에게 권력의 일부를 분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지배층, 즉 자본주의 세력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넷은 지나칠 정도로 ‘중앙 집중적’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 수많은 중앙 집중형 플랫폼은 수익과 권력을 독식하고 있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전체 소셜 네트워킹 트래픽의 70% 이상을 차지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들은 과거 존재한 그 어떤 기업들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다. 여기에 압도적인 자금력과 기술력까지 더해지면서 작은 기업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월드와이드웹(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도 인터넷이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거대 IT 기업의 독점 도구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현재의 인터넷을 강하게 비판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 세계 부의 ‘중앙 집중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수 천 년의 역사를 통해 ‘중앙집권화(centralization)’는 결국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뉴턴의 제 3 법칙은 “모든 작용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FAANG (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 혹은 MAGA (Microsoft, Amazon, Google, Apple)로 대변되는 중앙집권적 경제 구조(작용은)는 결국 ‘탈중앙화’라는 반작용에 의해 분산될 것이다.

    블록체인은 이런 거대한 시대적인 흐름을 너무나도 정확히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블록체인을 단순 기술이 아닌 ‘혁명’이라고 부른다.

    인터넷망에서는 필연적으로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고, 기업들은 플랫폼에 접속한 개인들의 정보를 활용해 막대한 부를 창출했지만, 블록체인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와 같은 미들만이 필요하지 않다. 우버는 중개 수수료로 수익금을 창출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승차 공유 서비스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일대일로 연결되어 중개 수수료라는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한다.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와 정보를 관리하는 현재의 인터넷 구조는 ‘비효율성’과 ‘리스크’를 수반한다. 그런 의미에서 분산을 통한 탈중앙을 지향하는 블록체인이 인터넷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리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필자의 저서인 <이토록 쉬운 블록체인&암호화폐>에서도 언급했듯 인류는 역사를 통해 배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역사의 기능임을 강조했다.

    인류의 과거는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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