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디지털 시대, 창업국가로 가는 길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1.29 09:49
  • 1.8%.

    대한민국 공무원 시험 합격률이다. 한해 대학 졸업자가 51만 7,000명인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은 무려 28만 9,000명이나 되고, 이 중 약 6000명만이 시험에 합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시족의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합격률이 1.8%에 불과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한국 청년들의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며 “한국은 더 이상 투자 매력이 없는 나라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웃나라 중국은 어떨까? 정확하게 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GEM (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국제 비즈니스 조사기관)에 따르면 중국은 54개 회원국 중 창업자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취업창업(창업으로 취업한다)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으며, 실제 대학생 중 40% 이상이 창업을 꿈꾼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당국 또한 창업을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미 2014년 다보스 포럼에서 ‘모두가 창업하고 모두가 혁신하라’는 ‘쌍창정책’을 주장했으며, 시진핑 주석 역시 지난달 당대회에서 “기업가 정신을 불러일으켜 창업과 혁신에 더 많은 주체가 투자하도록 권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별 창업 실패 횟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중소기업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스타트업들은 단 한번의 실패로 존폐위기에 처하지만, 중국의 스타트업들은 평균 2.8회의 창업 시도 횟수를 기록한다. 이처럼 중국은 젊은 창업가들이 실패하더라도 다시 마음껏 도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창업 열풍이 일어난 이유 중에는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의 활약도 절대적이었다. 중국에서는 못생기고 배경 없는 남자를 ‘댜오쓰’라고 부르는데, 마윈이야 말로 전형적인 ‘댜오쓰’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세계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과의 정면승부를 선언하고 파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은 젊은 중국인들을 열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윈은 동료 기업가들과 함께 청년들을 위해 ‘후판대학’이라는 창업사관학교까지 설립하며, 제 2의 마윈을 양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성공한 1세대 벤처 기업가들이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일국의 공정거래 위원회까지 나서 한국과 일본 최대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비전이 없다”고 혹평하는 사회에서 이들이 설 수 있는 자리는 부족해 보인다.

    중국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창업 국가로 굴기했다. 매일 평균 15,0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공산당 체제 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우리 정부 역시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부를 신설했고 매년 2조원 이상의 예산을 창업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건 젊은 청년들이 갖고 있는 인식의 변화다. 창업은 무모한 도전이고, 1.8%의 가능성이라도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인식 말이다.

    필자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유학을 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수재들을 겪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탁월함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다. 이처럼 우수한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 너나 할 것 없이 노량진 학원으로 몰리는 현실은 국가적 비극이다.

    1.8%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 혁신 창업국가로 가는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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