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게임, 4차 산업혁명의 블루칩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10.25 10:05
  • 필자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대중에게 사랑받은 작품들을 보면 시대별 트렌드를 매우 잘 반영했기 때문에 디테일 한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더 집중해서 보는 편이다. 학창시절 재미있게 본 작품을 몇 개 꼽아 보자면 모래시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종합병원 등이 있는데, 이 작품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주인공들이 법조인 혹은 의사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남자주인공 = 게임회사 대표”라는 새로운 공식이다. 탁월한 프로그래밍 스킬을 가진 이들은 어린 나이에 자수성가하여 대형 조직을 이끌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한국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대한민국 어머님들의 경계 대상 1호인, ‘게임’이라는 키워드의 등장이다.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와보자. 지난 달 25일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리고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게임업계의 신화인 장병규 블루홀 이사회 의장이다. 해당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위원장은 총리급 위상을 지닌다. 그러한 자리에 게임업계 출신의 인물이 자리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게임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4차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인정했음을 뜻한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핵심 키워드는 ‘게임’이다.

    게임은 이미 단순한 오락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 3분의 2에 해당하는 2억여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우도 10세 - 30세까지 인구의 90% 가량이 게임을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 출시되어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모바일 게임 “포켓몬Go”의 경우 1억 2000만명의 적극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연 매출 1.2조를 돌파했다. 국내 게임 중에는 넷마블이 배포한 ‘모두의 마블’이 중국,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하여 누적 매출 50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 인기를 누린 영화 <택시운전사>와 <국제시장>이 약 1천억 정도의 매출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게임 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 인지 짐작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게임은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융복합 산업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축인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이 제일 먼저 발달되어 온 곳이 바로 게임 산업이다. 예컨대 가상현실 업계의 경우 시작부터 발전까지 게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게임 개발을 통해서 획득한 기술들을 역으로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는 단계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아주 간단한 게임이라도 최소한의 AI가 있을 정도로 게임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부모님들에겐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게임 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업 군 중 하나다. 해당 산업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관련 일자리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다는 애기다. 따라서 어린 자녀들이 게임에 관심이 많을 경우 무조건 질책하기 보다는 소질이 있다면 키워주는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업계 안에도 다양한 직군이 존재한다. 직접 게임을 하는 프로게이머는 극 소수이고, 대다수의 인력이 여타 회사와 마찬가지로 마케팅/영업/재무/기획/개발/디자인 부서 등에서 일한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산업이고, 금전적인 보상 (Upside) 또한 좋다.  

    시대의 흐름은 생각보다 더 빨리 변한다. 10년, 20년 후에 가장 ‘잘 나갈’ 직업이 무엇일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단,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문직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인공지능에 대체될 위험이 가장 큰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았고,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Watson)의 암 진단 정확도는 96%로 전문의보다 현저히 높다. 견고해 보였던 의사와 법조인의 사회적 위치도 영원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부모의 과감한 결단력과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대다. 늦었다 싶을 때는 정말로 늦었다. 레드오션에서 벗어나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아보자. 바로 게임산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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