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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도전정신, 동기, 지식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기존의 가치에 대한 도전과 이에 대한 변혁이 눈 앞에서 펼쳐진다. 새로운 기술이 초연결(Hyperconnection) 시대를 만나서 변화의 속도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고 Big Data, IOT, O2O, 3D 프린팅과 같은 개념들이 세상에 떠다닌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담론(discourse)은 결국 장삼이사(張三李四)와 같은 우리 일반인들에게 크게 두 가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하나는 우리의 존재의 이유인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다. 다른 두 번째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싶은 우리 아이의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다.
두려움은 불확실성에서 발생한다. 예측 불가능한 어둠 속에서 두려움은 더 커지게 된다. 불확실성은 예측 가능한 나의 안정성을 헤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빠른 변화, 알 수 없는 미래는 우리를 두려움과 불안으로 인도하고 불안한 사람은 작은 단서에도 크게 반응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현재가 그렇다. 시대의 변화가 본질을 볼 수 없게 하기 때문에 불안해 지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첫 번째 불안부터 마주해 보자. ‘내가 누리고 있는 직업이 언제 사라지게 될까?’라는 질문이다. 대답은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혹은 기계에 의해 대체되거나 경쟁력이 없는 내가 도태될 뿐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젊은 시절 배운 지식으로 평생 살아가는 일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가적인 학습과 새로운 분야로의 관심, 도전이 없을 경우 도태될 뿐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전적으로 기술이 아닌 사람들의 가치관의 문제가 된다. 도태된 특정 분야의 사람들을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희생으로 보아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나눠 가져야 할 몫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 더 정의로운가? 누가 어떤 상황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면 당연히 그들과 사회가 함께 하는 것이 더 정의롭지 않은가? 이는 존 롤스(John Rawls)가 이야기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과도 상통한다. 모두 눈을 가리고 누가 어떤 위치에 설 지 모른다는 가정 아래 서로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지점이 복지의 가장 합리적인 부분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직업과 관련된 문제는 사회변화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들의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럼 두 번째 고민인 우리 아이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자. 우리는 현재까지 쌓아놓은 지식이 마치 아무 소용없을 것 같은 이상한 예상들과 살아가고 있다. 저장 장치가 여기저기 존재하는 세상에 암기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의 지식이 있었기에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그 이전의 과거를 부인한 결과거나, 새로운 결과를 해결한 창의력 위에 있는 것이다. 좀 쉽게 말하면, ‘지동설’이 의미가 있었던 것은 과거의 지식인 ‘천동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동설이 쌓아놓은 논리 체계의 허점을 지동설이 무너트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동설을 가장 먼저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천동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을까 생각해보자. 아마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빈틈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지식은 새로운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요소다. 그러므로 세상에 의미 없는 지식은 없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변화하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라지는 부분이 한가지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그렇다. 오랜 기간 전문가는 특정 분야의 문제를 나 대신 해결해 주는 사람들을 의미했다. 이렇게 분업화된 세계에서 가치가 만들어지고 이 가치가 교환되면서 경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가치는 지나간 지식을 습득하고 사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요구하는 시대가 오게 된 것이다. 이는 세상의 문제가 혼자서 단순하게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우리 아이들의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안락하고, 편안하고, 정해진 방식이 아닌 불편하고, 불안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도전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도전의 기회를 어린 시절 경험하고,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며, 그리고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한 탐구를 지속시킬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바로 동기를 말한다.
우리는 과거의 세상에서 문제를 해결한 무수한 창의력 위에 서 있다. 우리 선조들이 가졌던 순수한 호기심과 도전 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바다 건너는 절벽으로 되어 있는지? 무지개 끝은 어디에 있는지? 수많은 모험과 탐험, 그리고 탐구를 통해 우리는 사물의 본질을 소개하는 추상화된 하나의 정의, 즉 개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탐구하는 자세와 새로운 지식에 도전하는 태도이며, 호기심을 키워주는 일이다.
8월이면 와이즈만 영재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지난 일 년 간 학습하거나 배우면서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초등학생들의 사뭇 진지한 발표를 듣다 보면, 이 학생들이 공부한 결과보다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공부를 준비해야 한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두 가지를 선택할 것이다. 바로 호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만약 새로운 시대의 인재가 될 아이를 선발할 책임이 있다면 네 가지 기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 일정 기준 이상의 지식, 탐구에 대한 열정(동기), 과거의 경험(도전정신) 그리고 호기심. 우리 인류에게 언제나 필요했던 창의력의 구성요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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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용의 진로진학 멘토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선발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