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용의 진로진학 멘토링] 새로운 도전에 격려를, 실패를 극복하는 ‘힘’을 키워주자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3.02 09:30
  • 2월은 졸업의 계절이다. 어린 아이는 청소년으로 철부지는 청년으로 청년은 어른으로 바뀌는 시기다.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긴장과 불안을 동반한다. 그리고 적응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초등에서 중등으로 중등에서 고등으로 고등에서 대학으로 변할 때 그동안과 다른 나를 만들기 위한 개인과 주변의 ‘압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언제까지 놀기만 할래 중학생이…?’, ‘이제 대학생이잖아.’와 같은 말이 되겠다. 이런 분절적인 학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개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사람은 그렇게 이진법의 디지털처럼 한번에 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1학년 학생이라면 많은 적응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무래도 돌봄과 적응이라는 유아 교육의 방점이 학습으로 균형을 맞추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또래집단과의 만남이 아이에게 외적 긴장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적응에 필요한 가장 큰 힘은 부모의 격려일수밖에 없다. 

    중학생도 마찬가지다. 어른이 보기에 중학생의 행동이 비상식적이거나 혹은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는 것의 가장 큰 원인은 폭발적인 성장과 변화이다. 우리가 ‘나’라고 느끼는 ‘자아’라는 개념은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객체와의 구별을 뜻한다. 초등학교 때의 단순 양적 성장이 아닌 뇌의 변화와 호르몬의 변화 거기에 쑥쑥 자라나는 신체의 양적 변화까지 중학생들의 경우 내가 나라고 느껴야 하는 신체의 변화가 인생에서 가장 역동적이다.

    사람은 나라고 느끼는 신체뿐만 아니라 나를 타인에게 알려야 하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사용하는데 이를 ‘자아확장’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자면 ‘내 가방’, ‘내 옷’,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등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상징물을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나에 대한 개념도 변하고, 선호도 변화하고 여러 탐색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해야 될 상징물도 변하게 된다. 이런 불균형이 어른이 보기에 이상한 모습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어른이 어느 정도 자신의 선호를 가지게 되는 것은 이런 탐색기를 거쳤기에 더 이상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상한 머리핀을 좋아하고, 왜 앞머리는 눈이 보이지 않게 가리는지, 어린이도 아닌 어른도 아닌 이상한 취향에 부모님들이 너무 놀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 복잡성이 그 시기 중학생 아이들의 정체성이고, 높은 도덕적 잣대로 과감하게 어른들을 비판하는 것도 ‘싸가지’가 아니라 뇌의 자극과 발달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이런 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변해간다. 따라서 부모님도 서서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언젠가 독립된 자아가 될 우리 아이와 이별을 하기 위한 준비인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어린 시절 나의 반쪽이 이제 어른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부모님이 준비해야 하는 이별은 이제 우리 아이가 할 판단과 결정을 도와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리고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간 추억을 생각하거나 그리움을 표현할 때 ‘달콤 쌉싸름한’이라는 말을 쓰곤 한다. 우리 인생에 가장 달콤 쌉싸름한 감정은 바로 부모에게 자식이 느끼는 ‘양가감정’이다. 이는 나를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나를 혼내고 억압했던 부모님과 같은 사람이라는 기억을 말한다. 당연히 믿음과 사랑에 대한 감정이 주를 이뤄야 하지만 이런 갈등에 대한 관계를 학생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안정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만 실패하더라도 빨리 나로 돌아올 수 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적당한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며, 학부모 입장에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해야 된다는 말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에 자신에 대한 탐색이 잘 이루어진 학생은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자아정체성’, 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의 상을 정립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나를 지키기 위해 도전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학생이 아니라 도전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도전에 대한 부모님의 격려와 기다림 스스로의 판단이 들어가는 결정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도전과 실패의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중고등학교 시기가 가장 좋지만 현행 입시 환경에서 고등학교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를 하는 것은 진학 관점에서 너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중학교 시기에 비교과 활동을 통한 도전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은 동아리 선택 등에서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택하게 해주고, 그것이 비록 어떤 결론과 결과물이 되지 않더라도 다시 선택하고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 아울러 교내에서 개최되는 여러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수상과는 상관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실망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학생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작은 실패를 겪고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자아 탄력성’이라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겪어야 되는 여러 실망과 실패에서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은 진짜 ‘나’를 지키는 가장 소중한 역량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른이 될 우리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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