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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머릿속에는 약 1,000억개 이상의 뉴런(신경세포)이 존재한다. 중요한 감각과 감정, 그리고 습관 등은 이 뉴런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 셀 수 없이 많은 뉴런의 조합은 60억에 가까운 인간 각각의 개성을 만들어 낸다. 우주의 별을 이야기할 때 지구의 모래알보다 많다는 비유를 하곤 하는데, 뉴런도 밤하늘의 별과 같이 엄청난 수를 자랑한다. 그러나 사람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생각의 ‘길’은 일반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그 방향성은 어떤 생각과 경험으로 뉴런이 연결되어 있는지에 좌우된다.
뉴런 이야기를 한 것은 이런 자극에 의해 형성된 경험이 미래 인재를 선발하는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전 지식이 필요한데 첫 번째가 ‘뇌의 가소성(Plasticity)’과 안정성이라는 특징이다. 우리의 뇌에서 만들어진 생각의 길은 변할 수는 있지만 웬만한 외부의 힘(충격)이 가해지지 않으면 그 길이 바뀌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은 우리가 창의성과 인성을 평가할 때 혹은 학생의 잠재력을 특정 짓고자 할 때 비슷하지만 다른 상황 판단에 대한 문제로 그 길을 점검해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옛 속담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처럼 도둑질을 하는 사람의 생각의 길은 규모와 상관없이 남의 것을 제 것처럼 여기거나, 자신의 욕망을 위해 범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회로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런 생각의 길을 만들어 가는데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부모의 칭찬과 처벌이다. 칭찬은 생각의 길을 강화하고, 처벌로 약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없어지기도 한다. 태어난 기질과 자라온 환경이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 그 사람이 세상을 보고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반응하는 성격이 된다.
인성도 하나의 반응 회로라고 본다면, 남과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배려있는 동료가 될 수 있는지가 미래 인재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부에서 소개하는 창의융합 인재의 조건을 보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진’이란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사람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인재를 우선하겠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대입의 수시와 고입의 자기주도학습 전형에서도 ‘공부’만 평가하던 시대에서 ‘공부도 잘 하고 성격도 좋은 학생’이 우선 선발되는 시대로 차츰 변하고 있다. 특히 영재학교, 특목자사고 입시에서는 ‘단체 생활’에 대한 태도가 주요 평가 요소로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수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성 역량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인성을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첫째는 ‘독서’다. 소설과 영화 등을 보면서 감정을 경험하고, 공감하는 일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상황이 묘사된 글을 읽어도 보는 것과 똑같은 반응을 하게 된다. 즉 간접 경험도 머릿속에서는 실제 경험만큼 중요한 정보가 된다는 뜻이다. 다양한 인생을 살고, 다른 생각을 만나고, 수많은 가치 판단을 느끼는 일이 학생들의 경험과 생각의 길을 넓히는 자극을 제공해 준다.
두 번째는 ‘경청하기’ 혹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비단 인성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학습에서도 매우 중요한 생각의 길이 된다. 암기식 교육이라는 것은 전달받은 지식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 의심하지 않는 것, 새로운 방법보다는 안정되고 정해진 길을 가고자 하는 것, 이런 태도가 창의성을 방해하고 세상을 고착시키는 원인이 된다. 반대 편에서 생각해 보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습관이 있다면 사물과 사건의 다른 면을 발견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인성을 키우기 위한 가정환경의 중요성은 두말할 이유가 없다. 자녀가 열린 생각의 길을 가지는 인재가 되기를 원한다면,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부모가 자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공감과 배려하는 마음을 싹트게 만들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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