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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학사 일정으로 보면 한국은 한 학년이 마무리되는 시기이고, 미국은 한 학기가 끝나가는 시기입니다. 뉴스를 보니 한국도 9월 학기제 논의가 있는 모양인데 서로 장단점이 있을 듯합니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차원에서 보면 9월 학기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맞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초, 중, 고 학제를 모두 바꿔야 하고 이런저런 휴일들을 생각하면 불편한 점도 있을 겁니다.
우선 이 곳의 9월 학기제 경험담을 적어 보겠습니다. 이 곳에서 애들 교육을 시켜보니 이른바 '집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기가 개학 날부터 11월 마지막 주인 추수감사절 연휴 전까지입니다. 요 3개월이 사실상 진짜 많은 공부를 합니다. 우리동네 중학교의 경우 3학기제로 운영되는데 1학기가 바로 추수감사절 직전에 끝납니다. 고등학교는 보통 2학기제로 운영되므로 1월 중순에 1학기가 끝나지만 애들이 딴생각 안하고 공부하는 기간은 11월 말까지 입니다. 이후에는 벌써 연말분위기라 행사도 많고 공연도 많아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집니다.
1월부터는 학교공부는 물론이고 스포츠, 음악, 미술, 수학, 댄스 등 각종 대회가 5월까지 정신 없이 진행되므로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이 때 성적에 문제가 생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수학경시대회인 AMC도 2월에 두 번 치러지고 3월에는 2월에 치른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은 학생들이 다시 치르는 AIME가 있습니다. 중학교 수학경시대회인 Mathcounts 도 학교별, 지역별, 주별 대회가 2월부터 3월 사이에 치러지고 내셔널 대회는 방학을 즈음해서 개최됩니다. 테니스, 수영, 댄스 같은 스포츠도 비슷한 일정입니다. 다시 말해 학교 공부에 과외활동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4월에는 한 주짜리 봄방학이 있는데 이 때를 기점으로 고등학생들은 5월~6월에 있을 AP시험과 SAT 시험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합니다. 그야말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도록 바쁘게 보냅니다. 그리고 6월 첫째 주나 둘째 주에 방학을 시작합니다. 사실 알고 보니 방학 3개월도 노는 것이 아닙니다. 이 기간 동안 각자 4~8주 동안 이어지는 과외활동, 학습관련 여름캠프에 가족여행까지 하고 나면 3개월이 후딱 지나갑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하고 놀기만 하다가 오는 학생들도 있긴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한 학년을 보냅니다.
한국의 경우 9월 학기제가 도입된다면 어떨까요? 신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추석이고 10월 연휴가 있어 학기초가 좀 어수선해 보입니다. 물론 지금도 여름방학 이후 비슷한 일정이긴 하지만 학년초의 긴장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겨울방학이 줄어든다면 솔직히 학교의 난방 걱정부터 됩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긴 겨울방학을 보낸다면 학업의 흐름이 많이 깨질 것 같아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반면 요즘처럼 외국을 들락거리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추세를 생각하면 학년을 늦추거나 올려야 하는 불편함은 없어질 겁니다. 외국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더욱 편할 겁니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과 관련된 전체적인 행사나 일정을 맞추기도 편해질 겁니다.
세상 모든 일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지만 교육은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그만큼 결정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9월 학기제, 평범한 아줌마가 단순히 생각해도 이런데 충분한 공감대가 필요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이상은 | 결혼한 지 17년차이며 서울에서 LA로 이사온 지 5년째인 전업주부이자 10학년 아들과 7학년 딸을 둔 평범한 아줌마.
[주니네 미국이야기] 9월 학기제 경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