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네 미국이야기] 영어의 벽은 높기만 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7.17 10:56
  •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직도 힘들고 어려운 ‘영어’에 관해 적어보려 합니다. 올 여름 아들과 딸은 각자의 가장 큰 과제로 SAT 공부와 뮤지컬 ‘ Bring it on’ 공연을 동네 극장에서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내년 봄에 처음 시행될 new SAT 대신 기존 SAT를 보려는데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이 리딩입니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 리딩인데 무엇보다도 어휘를 아주 많이 힘들어 합니다.

    현재 SAT에 나오는 어휘는 제가 봐도 꽤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읽은 책의 수가 부족한 아들의 경우, 무작정 시중 교재로 외울 수 밖에 없습니다. 교재는 정말 잘 나와있습니다.  플래쉬 카드도 있고 MP3 파일도 있고 인터넷에서 SAT 단어를 치면 수도 없이 나옵니다. 그야말로 책이 없고 교재가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물론 평소 꾸준히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잡지, 신문을 읽었다면 시간을 이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시간을 아주 많이 단축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학원에 들러 아이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이것 저것 잘하고 있다며 설명하시더니 ‘언제 미국에 오셨죠?’ 하십니다. 6학년에 왔다고 대답했더니 궁금증이 풀리신답니다. 아들의 경우 어려운 단어는 아는데 오히려 설명할 필요 없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알고 있는 일상적인 단어가 약하다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광고 전단지나 옥외 광고에 보이는 단어, 영어 동화책에 나오는 단어 등을 모른다고 하시더군요. 그야말로 ‘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초등학교에서 다 배웠다.’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았습니다. 초등학교 5년 동안 자연스레 익혔을 단어들이 부족하다며, 구멍이 너무 광범위해서 다 채워지지 않을 거라 하셨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덕분에 한국어는 동생보다 훨씬 잘하지만 영어에 있어서는 그만큼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온 동생도 영어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이번에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 가사나 대본을 발음할 때 안 되는 부분이 있다 합니다. 아주 많이, 오랜 시간 노력한다면 되기야 하겠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외우고 노래까지 불러야 하니 많이 힘들었다 합니다. 예를 들어 가사 중에 ‘ better’라는 단어를 거의 스무 번 이상 연속으로 발음하는 게 있는데 자긴 그 역할이 와도 못했을 거랍니다. 그리고 영어에는 문화가 담겨 있어 뭔가 그 느낌을 본인이 알지 못할 때가 있다 합니다.

    이제 미국에 온 지 갓 5년이 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 학교를 다니면서도 생각처럼 쉽지 않은 아이들의 영어실력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대학교를 가도 영어시험을 통과 못해서 졸업을 늦추는 학생들이 많다는데 남의 일이 아닌 듯싶습니다. 제게도 인생의 장애물이었던 ‘영어’인데 우리 아이들도 ‘영어’라는 벽을 느낍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면 조금씩 나아지겠죠? 그렇게 믿으면서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해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