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의 아동 청소년 심리 교육] 김치의 교육학
맛있는교육
기사입력 2012.12.03 14:58
  • 겨울철 군침 도는, 고소하며 속이 꽉 찬 김치가 입안에 들어오기까지는 꽤나 긴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이른 봄 어머니의 리어카에 실려 온 쓴맛을 조금 뺀 소금 한 자루는 그 해의 입동을 위해 준비해둔 투박하게 생긴 소금항아리에 옮겨진다. 그리고 김장철이 될 때까지 기나긴 또 한 번의 간수 빼는 작업에 들어간다.

    여름이 시작하는 7월 무렵에는 아기 속살 같이 뽀얗고 하얀 그리고 젖 오른 어머니의 가슴처럼 단단해 보이는 마늘을 장만하고, 또 여름내 키워온 붉고 깨끗한 그리고 윤기 나는 고추를 가을에 곱게 따서 말리고, 젓갈 내음 구수한 소래포구에 들러 젖갈의 곰삭은 발효액을 준비하면, 이제 바다, 땅, 햇빛들이 만나 화려한 앙상블이 된다.

    하루 평균기온이 늦가을이구나 느껴지고 부쩍 추위가 느껴지는 입동 무렵, 추위와 겨울바람 탓에 어머니의 시린 손끝마디에서 ‘아휴 추워’ 하는 탄성이 나올 때면 김장의 때가 됨을 알리는 북적임이 시작된다. 널찍한 마당에 자리를 풀고, 튼실한 배추를 다듬고 쪼개고 그리고, 손가락을 찍어 맛을 봐가며 오랜 연륜과 경험으로 간을 맞추면서 어머니는 소금을 물에 풀어낸다.

    쪼개진 배추에 소금을 치고 염도를 맞춘 소금물에 넣어두면 배추의 수분은 빠져나가고 소금물의 염도가 교합하는 삼투압 작용을 거쳐, 배추는 하룻밤 내내 절여지고 새벽녘 건져내어 대소쿠리에 엎어두면 물기가 빠져 그야말로 적절히 숨이 죽는다.

    무와 갓, 쪽파며 갖은 야채를 썰고 준비해둔 마늘과 젓갈, 잘 끓여 식혀둔 쌀풀, 고춧가루, 생각을 잘 버무린 양념은 어머니의 마술 같은 손놀림에 의해 서로 엉키고, 섞여 감각적 맛을 만들어내고 큰 대야에 담겨진다.

    어머니의 오랜 기술로 만들고 그렇게 어머니의 어머니가 일러준 그대로의 방식대로 어머니의 김치는 서서히 빛을 발한다. 몇 백 년 전수되고 대물려지는 비법 그대로. 이렇게 기분 좋은 김치의 맛은, 그 다시 한 번 어머니의 손끝과 알싸한 겨울바람 그리고 어머니의 상기된 볼처럼 알싸하고 깊은 김치의 맛은 우리의 감정과 느낌이 먼저 알고 행복한 기분을 스스로가 발산해 더 큰 행복에 이르게 한다.

    행복의 기분, 그 행복의 기분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여전히 우리는 컨베이어벨트에 휘감겨 철 냄새, 기름 냄새, 공장의 매개한 공기 속에서 정량대로 찍혀 나온 공장김치에서 그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겉봉지에 찍혀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한 주인공이 우리의 어머니인지 아닌지도 모르며 당신의 어머니김치라는 활자의 각인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겉봉지에 인쇄된 브랜드화된 김치에 매료되어있다. 봉지 속 불순물에 예민해졌고, 어느 지역, 공장의 브랜드에 길들여졌다. 우리는 알고 있지만 그 맛을 이젠 보여줄 수도 전수 받기도 힘들어졌다. 그럭저럭 늙은 어머니의 곁눈질로 배운 솜씨로 욕조 가득 배추를 절이거나 절인 배추를 구매하여 김장을 한다. 손맛의 진정성은 알지 못한 채, 행복한 김치를 우리는 맛보려한다.

    김치의 미학적 교육은 획일된 경쟁구도의 억지 숙성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며 어울리는 느낌의 과학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자본의 논리 속에 공장형 브랜드화된 아이들이 추구하는 공부, 꿈의 현실,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우리는 깊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이다.

    세상의 가치를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인 것을 우리는 겪지 않아도 아는 것이고, 이것은 기분 좋은 행복과 일치하는 것이다. 마치, 같은 김치라도 어머니의 어머니가 한 감각적 행복의 김치처럼...

    우리의 아이들은 김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머니의 정성스런 손맛이 없다면, 그저 공장에서 경쟁하듯 찍혀 나온 포장 김치와 별반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찬 겨울 다듬고 쪼개고 버무리는 손맛으로 우리가 우리의 기분을 알고 자연의 기분을 알 때 우리의 아이들은 짠맛, 매운맛, 신맛, 등이 더해지는 상큼한 맛으로 숙성되지 않을까?

    우리는 항상 피상적인 것들에 두려고 한다. 진정성이 부족한 인간관계, 인격적인 파탄, 학문이 아닌 경쟁의 도구가 된 학습. 이 모든 것이 우리아이들의 상큼한 김치숙성에 벌레를끼게 하는 모습들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듬해 입동까지 먹기 위한 김치는 이렇게 우리의 아이들처럼 긴 시간 감성으로 행복해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 아삭한 김치가 되는 것이다. 지금 현실의 틀에 박힌 보편성이 아닌 자연스럽게 행복해지는 자기 자신이 행복한 느낌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다.

    헬로스마일 대표원장, 힐링스터디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