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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심리센터를 운영하는 박모(39)씨는 지난 주말 대학 졸업 동창 5명과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몇 달 만에 모인 자리인 만큼 화기애애한 시간이 흘렀고 술잔이 거듭되자 자연스레 오고가는 정치얘기와 더불어 각자 병원, 심리센터 관련 얘기가 안주거리가 되어 각자 이야기를 쏟아냈다.
재미있게 이야기들을 이어가던 중에 심리와 학습에 대한 사소한 논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친구1: "과도하게 입시에만 몰입하는 부모를 다들 심리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어."
친구2: "학교의 실적 중심 분위기에서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은 고사하고 입시 결과에만 목매는 현 교육시스템 속에서 부모들뿐만 아니라 경쟁을 부추기는 교사들 역시 상당한 문제가 있어."
박씨: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경쟁 시스템의 입시문제인줄 모르겠지만 이러한 비정상적 입시 상황이 지속된다면 조만간 심각한 사회문제가 발생 될꺼야."
친구3: “아이의 심리적 인성과 공부에 대하여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부모의 입장 문제가 아닌 교육계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이슈지. 그러나 자신의 아이 입장에서는 일단 학습적 기반을 토대로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고 이것이 아이의 장래에 있어 행복의 열쇠를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하지.”
박씨: “심리적 안정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인성을 파악하여 그에 따른 학습 습관을 다루는 곳이 꼭 필요하긴 해.”
의학기자를 하는 친구까지 가세해 공부가 먼저냐, 인성이 먼저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동안 이어졌고, 모두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공부와 인성은 둘 다 너무 중요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대책 시스템이 없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움을 느꼈다.
공부를 잘해도 아이의 안정된 심리, 인성적인 부분이 모자라다면 훗날 지도층 사회인이 되더라도 건전하고 바람직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심리적 건전성과 인성교육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체크해 주어야하는가?
지금까지 입시라는 틀에 박혀 공부에만 초점이 맞춰진 경쟁적 몰아세우기 교육을 한 터라 현실에서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로 우리를 포함한 지금의 아이들 형편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결국 우리 아이는 착하고 공부도 잘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이라는 위안을 얻은 뒤 마치 남의 얘기란 도피적 결과를 남기고 논쟁은 회피로 마무리됐다. 논쟁의 뒷맛은 씁쓸했다.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객차에 앉아 졸고 있는 피로에 지친 학생들이 눈에 와 닿았고 그들의 마음을 그들의 부모는 알고 있는지 울적해보였다.
집에 도착했지만, 고2인 아이는 오질 않았고 아내는 아이를 데려 오기위해 집은 비어있었다. 우리아이와 공부 이외에 이야기 한 적이 언제 였던가? 순간 섬찟하게 다가오는 아이와의 소통에 대하여 놀랐다. 큰 문제가 없는 우리아이를 착하다고만 판단한 내가 잠시 무서웠다.
경제적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요즘의 현실에서 사회전반에 짓눌린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확장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 부모의 심리적 압박은 자식에 대한 자기집착으로 인성중심의 인간됨 보다는 부의 상징적 경쟁이 우선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현실에 대한 자기 부정이 늘고 자기중심적 사고로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개인주의적 사고가 만연해지고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문제는 학생들 간의 소통에 소용돌이 치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으며,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문제로 공공연히 사회화 되고 있다.
심리적 문제나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생이 모두 150명에 달하며, 이수치는 200명을 넘었던 지난 2009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8년째 세 자리수의 기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중 '가정불화' 원인이 46명으로 가장 큰 비중(31.5%)을 차지했지만, 이는 부모와의 대화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소통의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부모는 아이를 위해 올바른 인성교육이나 소통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못했다.
또한 심리적 비관 (28명·19.2%)과 성적비관(18명·12.3%)이 높은 비율로 조사되었고, 의외로 상위성적의 아이들이 그들 대부분이였다는 것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일 것이다.
교과부는 학생 자살예방을 위해 올해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경쟁적 학교 교육과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공부는 잘 하지만, 심리적 불안감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은 여전히 실천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좋은 성적만으로 현실과 미래가 보장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 또한 어느 한 측면에서 이미 자각하고 있기에 오늘도 그들은 불안하다.
헬로 닥터브레인 센터장/ ND케어 클리닉 부원장/허그맘/힐링스터디
[김동철의 아동 청소년 심리 교육] 성적이 좋아도 불안한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