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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한 중학생 학부모님을 만났다. 시원시원한 외모와 성품을 지니셨고, 말씀도 거침없이 잘 하시던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분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이런 외적인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문제를 던져놓으셨기 때문에 기억에서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분은 가족 전체가 외국서 거주를 하다 온 상황이라 한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통에 그간 적응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꽤 적응을 해서 학생도 부모님도 모두 안정적인 한국 생활에 접어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다양한 정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꾸준히 여기저기서 좋은 정보들을 얻고 계시는 듯 했다. 물론 그 중에는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지만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고 했다. 이를테면, ‘전학’과 같은 정보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전국단위 자사고나 특목고로 아이를 진학 시키고 싶은데, 알다시피 이건 무척 어렵다. 가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터라 가능성 100%라는 진단이 섣불리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직 중학교 1학년인 학생이 어떻게 성장해나갈 지 당장은 알 수 없었다. 그 계획이 만약 여의치 않으면 입시결과가 좋은 광역단위 자사고를 노리거나 혹은 공부환경이 좋은 곳으로 진학을 위해 전학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견은 어디선가의 조언에 의해 갖게 된 것이라 한다.
컨설팅에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나은 선택 혹은 그나마 잘못 되어도 해가 덜 되는 선택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굳이 말하자면 잘못 되었을 때 피해가 생길 뿐 아니라, 다른 선택에 비해 더 나은 것이라 판단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이 결정에 의해 아이가 입을 피해가 클 듯 했다. 그래서 평상시와 다르게 극구 말렸다.
우선은 학생의 친구문제 때문이었다. 만약 여러 지역에서 모이는 전국단위 특목•자사고에 진학하게 된다면, 처음부터 서로서로 친구라는 관계를 맺고 들어오는 경우를 보기 드물 것이다. 즉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들 처음부터 새롭게 친구들을 사귀는 환경인 것이다. 하지만 일반고나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비슷한 지역의 비슷한 중학교에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동네친구’ 혹은 ‘동창’들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덩그러니 혼자 들어가는 것이 아이를 위해 썩 좋은 선택 같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이제 갓 학교생활이 안정기로 들어간 상태에서 다시금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했다. 환경이 달라진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곳, 새로운 환경이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한번 큰 변화를 겪고 안정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추천할만한 선택이 아니라 생각했다.
결국 그 부모님은 전학을 더 이상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맹자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뜻으로 좋은 환경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말이 틀렸다 단언하기 어렵다. 아니 어찌 보면 분명 좋은 환경이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교육환경일 수 있다. 그런데 교육과정, 수학능력시험, 입시제도 그 어느 것 하나 어찌 바뀔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오늘날, 전학을 그냥 무작정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쉽게 선택하지 않는 것이 낫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맹모삼천지교, 그 위험성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