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외국어 공부 할 필요 없잖아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3.15 09:07
  • 한 성숙한 중학생을 만났다. 중2 시기를 보내는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 외모부터 생각까지 일반적인 중2 학생 수준을 넘는 느낌이었다. 물론 우수하다는 느낌보다는 과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필요 이상으로 깊이 생각하고, 필요 이상으로 주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많긴 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고 있었다. 앞으로의 미래는 현재와 다를 것이라서 굳이 지금의 공부가 필요 없다는 것이 학생의 논리였다. 어차피 AI와 빅데이터가 다 처리 할 것인데 의미 없는 공부를 왜 하냐는 식이었다. 특히 아이는 영어를 무척 싫어했다. 앞으로 여러 번역기가 다 해줄 텐데, 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냐며 반문했다.

    조숙한 편인 아이는 미디어를 정말 많이 접하는 것 같았다. 책보다 스마트폰이 가까운 이 아이의 생각들은 익히 언론에서 들을 수 있던 이야기들이다. 결국 온전한 자신의 생각은 아니었다. 아이에게 조목조목 이야기를 해주며, 현재를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이 미래에 더 열심히 살 수 있겠냐는 답을 주었다. 아이가 수긍하긴 했지만 과연 진정 받아들였을까 의문이 일었다.

    외국어 통역이나 번역을 앞으로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논란이 왈가왈부 중인 듯하다. 필자는 그런 논리에 아이들이 흔들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세상은 변화한다. 그 와중에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이 쓸모 있는 것들만 사용하고 쓸모 있는 행동만 하는 존재일까? 같은 논리로 살펴보면, 계산기 혹은 컴퓨터가 있으니 수학 계산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학 계산을 배운다. 계산을 완벽히 잘 해 답을 얻는 결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해결 과정에서 배우는 논리와 합리, 생각의 힘 때문이다.

    교육을 보는데 있어 과정을 생략하고 그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시선은 무척 불편하다. 인공지능이 외국어 번역을 대신 해준다는 논리에서 놓친 것은 바로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 또한 완벽하게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한국어와 외국어 간의 차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문화적인 ‘다름’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 ‘다름’을 배우는 과정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태도의 시작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편적인 판단만으로 교육의 쓸모 있음을 가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아이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외국어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높은 점수도 좋지만,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라는 조언도 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성과주의와 효율성에만 물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 교육이 개선해나가려는 방향이고, 미래 교육에서 꿈꾸는 것과 같을 것이라 기대한다. 기술 발전으로 교육을 이리저리 섣부르게 판단하는 어리석음 대신에 말이다. 컨설팅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다음과 같았다. "일단 주어진 것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우선 네가 할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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