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진짜 영향을 미친 작품을 써야, 진짜 자기소개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1.02 09:51
  • 동아리, 봉사, 학교축제 등의 한정된 활동 안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밋밋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활동의 구체성을 살리고, 생각이나 느낀 점을 자세하게 써보아도 여전히 소재가 주는 식상함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제안했던 방법 중 하나가 독서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한 생각 혹은 삶에 대한 인식을 담자는 것이었다. 이미 정해진 활동에 비해 독서는 자율도가 무척 높고, 책은 무한한 지식과 정보의 보고인 터라 학생들이 쓸 수 있는 소재의 한계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서를 활용하라고 말하면 학생들이 조금 어렵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일단, 모든 학생들이 독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때에 따라서는 시간에 쫓겨 책을 충분히 읽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실제 독서를 했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독서를 바탕으로 자신을 표현하라는 말이 효과적인 조언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

    일전에 한 학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있던 활동 자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기록만으로 학생을 판단하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아는 것도 많고 자신의 생각도 뚜렷했기 때문이다.이 친구는 책보다는 영화나 인터넷 미디어를 즐기는 친구였다. 상식도 많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이 분명했기 때문에 주장을 펼칠 때도 논리정연 했다. 어찌 보면, 현대 시대에 ‘독서’라는 특정한 수단에 국한되어 지식을 쌓으라는 것이 오히려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책 이상의 더 넓고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거대 미디어 매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인터넷 미디어에서 본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경영학과 지원을 꿈꾸던 친구였는데, 마케팅과 실제 경영성공 사례들을 미디어를 통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며 세계 각국의 유수 기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공한 기업들의 대표적 마케팅 사례들을 미디어 자료를 통해 접하며 마케팅의 어떤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했는지도 일반인 이상으로 많이 알고 있었다. 오히려 책보다 더 생생하고 트렌디한 자료들을 보고 익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학생은 그런 내용을 잘 살려서  좋은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고 희망하는 학교에 무난히 합격하기도 했다.

    성균관대 자율문항 중에는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 유·무형 콘텐츠(인물,책, 영화, 음악, 사진, 공연 등)’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다. 이 항목에서도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을 선택해 쓰는 학생들을 가끔 보곤 했다. 실제 이 중에 상업영화를 활용해 내용을 작성한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순간적인 즐거움으로 지나쳤을 법한 영화를 이 학생은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비춰보는 데 사용했다. 아이가 평상시 생각했던, 그리고 좋아했던 취향과 사고가 잘 녹아들어간 내용을 통해 글만으로도 아이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무조건 어렵고 철학적인 책이나 작품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그런 작품을 고스란히 녹여내어 보기 바란다. 그게 진짜 효과적인 자기소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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