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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을 위한 자기소개서는 대입 자소서보다 좀더 정형화된 주제와 소재로 글이 쓰여져야만 한다. 글자 수는 많지 않은데 비해 그 적은 내용 안에 녹아 내야할 필수기재사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입 자소서에 비해서 작성 항목은 하나로 간략화 되어 있는 반면 그 하나의 항목에 대한 질문 자체가 무척 긴 편이다. 그 하나의 항목 안에 학습과 진로에 대한 영역과 인성영역을 크게 구분하여 써야 하는 것이다.
대체로 자기주도학습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느낀점, 고교 특성과 연계한 지원동기, 학교에서의 활동 계획 밑 진로계획이 하나의 항목 안에 다 쓰여져야 되며, 반드시 들어가야 할 ‘꺼리’가 많다 보니, 글자 수가 빠듯하다. 그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담으면서도 개성을 잘 살리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고입은 자기소개서의 영향력이 대입에 비해서 더 큰 편이다. 자신을 그대로 잘 표현하는 방법이 제한적이니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난 학생의 역량에 따라 합격여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그래서인지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좀 다른 느낌이다. 물론 대입의 압박감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소개서가 당락에 큰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써야할 지를 고민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하나같이 얘기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바로 글자수의 제한을 극복하면서 어떻게 모든 내용을 담아내냐는 것이다.
모든 소재를 빠짐없이 다 기록하면서도 유기적으로 서술하려면, 감상적인 서술을 줄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입 같은 경우는 활동에 대한 설명보다 그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이 어찌 보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 자신이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 반성, 교훈 등이 적절히 어우러진 서술을 한다. 하지만 고입은 그것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적극적 설명과 함께 자신의 판단이나 지식에 대한 언급이 더 낫다고 본다.
실제 특목고 입시에 성공했던 한 학생의 경우,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도 자신이 읽었던 책의 제목이나, 소제목, 혹은 그 책들에서 언급된 명사들을 선택해 기재하려고 노력했다. 다독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책 속의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 보인 것이다. 조금 어려운 사자성어들도 활용했다. 그런데 워낙 자연스럽게 글 내용과 어우러져 나타나서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학생의 지적 수준과 가치관이 짧은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이 된다고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입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도 했다.
물론 단순히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써서 결과가 잘 되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가끔은 어른이 도와준 듯 어색할 정도로 어려운 단어들이 사용된 글들도 보게 되는데, 이건 또 좋은 자기소개서라 보기 어렵다. 아이가 이미 그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는 경우에, 혹은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하여 자신이 하나의 핵심 단어를 선별해내려고 노력한 후에 가능한 것이다. 누군가가 대신 써준 글과 스스로가 어렵게 써낸 글은 분명 다르고 그만큼 정성과 성의의 차이가 생긴다. 고입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중이라면, 감정적 표현보다는 정성을 다해 사실을 잘 기술해보라. 단어 선택 하나에도 고민의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길 바란다. 그렇게 써봐야, 자기 것이 되고 본인의 지식 수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 후 만나게 되는 더 큰 장벽인 면접을 수월하게 넘어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 괴로움의 순간으로 인한 지적 수준의 향상을 기꺼이 경험해보길 바란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감상적이기보다는 사실적으로, 지적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