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활동 내용은 구체적으로, 갈등 상황은 다양하게'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8.17 11:39
  • 친구들과 일정이 잘 맞지 않아 모이는 것이 어려웠고,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 일이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함께 잘 해보자고 설득했고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에서 자주 보게되는 내용이다. 친구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갈등이 생겼지만, 화해를 통해 잘 극복해서 결국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너무 많이 익숙하다. 모든 프로젝트에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우리 학생들이 써오는 내용 중 대다수가 이와 유사한 형태다. 물론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그 갈등을 극복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저렇게만 내용을 쓰놓고 보면 그 가등 해결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점 또한 천편일률적일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공동프로젝트를 하면서 갈등을 극복하는 법만 배웠다고 한다면 이는 너무 단편적이다. 프로젝트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된 지식도 있을 것이고, 자료를 조사하며 느낀 어려움과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의 다양한 사고 역시 모두 다 이 공동프로젝트 과정에서 배운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측면을 배제한 채 가시적으로 드러났던 갈등과 그 봉합 과정에만 집중한 글은 그다지 생산적인 글이 아니라고 보인다. 게다가 너무 익숙하게 접한 구조라 개성도 없다.

    실제 얼마 전 한 학생이 친구들과 같이 보고서 작성을 했던 활동을 써온 것을 보았다.이때 이 학생도 같은 실수를 범했다. 심도있는 조사와 통찰이 필요했던 연구로 보였는데, 학생이 써온 글은 그런 내용과 거리가 있어 보였다. 

    “이 프로젝트 내용이 아무것도 없었니?”
    “네?”
    무슨 의도로 질문하는 지 몰라서 아이는 적잖이 당황하는 눈빛이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한다면, 적어도 그 프로젝트의 컨텐츠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제서야 학생은 이해한 듯 했다. 활동 위주로 서술하라는 것은 이제 학생들도 익히 아는 것 같다. 그런데 활동을 했다는 것만 언급하면서, 활동의 자세한 내용은 다루지 않는 통에 개성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리고 활동 자체와는 무관한 친구들과의 갈등과 그 해소를 다루는 것이 특별히 의미있는 서술인지도 모르겠다. 보고서를 썼다면 그 보고서의 내용을, 발표를 했다면 그 발표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담는 것을 권한다. 그러면 쓸거리도 많아지고 이후의 내용도 각양각색으로 뻗어나가며 재미를 갖게 된다.

    예를 들면 앞에 언급한 글은 내용을 담아 다음과 같이 바뀔 수 있겠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패턴’에 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시간과 용도, 장소 이 세가지 영역으로 구분해서 사용 패턴을 나누었고 설문을 통해 조사하기로 했습니다……(생략)…… 그 과정에서 설문 문항에 착오가 생겨 연구 결과에 큰 오차가 생겼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략)……
    그냥 조사를 했다는 단순한 서술보다 제대로 연구를 행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작성자의 사고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쓰기를 권한다.늘 이야기하지만, 활동명보다 중요한 것은 활동 내용임을 잊지 말자. 그래야 쓸거리가 차고 넘쳐 더 좋은 자기소개서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의 불화라는 소재에 얽메이지 않고 프로젝트 과정 간에 생긴 다양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훨씬 생생한 자소서가 될 수 있음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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