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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의 자기소개서 공통항목 중 2번 항목은 학생 스스로 의미를 두고 한 교내활동 중 3개 이내로 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이 종종 혼란스러워 한다. '3개 이내'라는 조건에 정말 3개를 딱 맞춰 써야 하냐고 말이다. 늘 이야기 하지만, 자기소개서에 정답이 있겠나. 그것보다는 잘 쓰여진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을 뿐이다.
많은 학생들이 형식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3개 이내라는 주어진 조건에 딱 3개를 맞추어서 써야만 고득점을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작용하기 때문인지 어떻게든 활동을 3개로 맞추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이 해 온 활동이 다양하고 많을수록 그런 결정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실제로 필자도 전에는 3개까지 쓰게 하곤 했다. 특히 서울대나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 같은 경우, 대체로 교과뿐만 아니라 비교과 활동 역시 우수한 아이들이 많았고, 그 하나하나의 활동이 대체로 다 좋았다. 결국 다양한 활동 중 무엇 하나 버리기가 무척 아깝기도 했다.그래서 어떻게든 다 활동들을 담자고 하는 편이었다. 물론 그렇게 자소서를 쓰면 글이 매끄럽지 못하고, 좋은 글이라 보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3가지 활동을 꽉꽉 채워 쓴 아이들이 결론적으로는 모두 합격하는 성과가 있었다. 아마 이미 우수한 학생부를 가진 아이들인 터라 가능했던 것 같다.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자기소개서는 합격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다. 다만 제대로 쓰지 못하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일 뿐. 따라서 가짓수를 채워서 붙었다거나 떨어졌다는 표현은 옳지 못한 것 같다. 다만, 자기소개서에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소재의 개수에 연연해서 글자수의 한계에 자꾸 부딪히는 글은 좋은 자기소개서가 되기에 확실히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매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수준은 전체적으로 고르게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아깝다고 모든 요소를 무작정 다 욱여 넣는 것보다 적절한 요소를 활용하여 글 자체를 잘 쓰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전년도, 그리고 그 전년도에 비해 최근에 자기소개서를 쓰는 아이들의 글이 훨씬 좋다. 이미 선배들의 합격 사례라든가 자기소개서 작성법을 꽤 많이 공부한 후에 쓴 글이라 그렇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전에 합격했던 아이들과 같은 수준보다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쓰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다시 말해서 완성도가 떨어져도 가짓수를 맞춰 쓰던 이전 방식의 글쓰기를 벗어나는 편이 더 낫다고 하고 싶다. 하나의 소재를 다뤄도 그 소재 안에서 활동을 했던 이유와 활동에 대한 설명들이 경험에서 우러나와 자세히 기술되는 편이 좋다.
전에 한 학생은 1500자에 달하는 2번 항목을 하나의 소재만으로 작성해서 제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소재가 무척 좋았고, 내용이 매끄러워서 읽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의 꿈과 끼, 그리고 그 동안 해온 활동과의 유기적인 관련성이 잘 드러나는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하나의 활동만으로 내용을 채우는 것이 자칫 빈약해 보일 수 있을지 모르나,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아리 활동을 쓰면서, 그 동아리에서 했던 보고서 작성과 동아리 활동으로 인해 수상했던 상 등이 자연스레 드러나 오히려 풍성하고 다채로운 느낌이 더해졌다. 결국 좋은 글을 바탕으로 명문대에 서류 통과는 어렵지 않게 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가짓수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고 하고 싶다. 가짓수보다 중요한 건 글 자체에 대한 성의와 자신의 활동에 대한 친절하고 진정성 있는 설명이지 않을까 싶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2번 항목에 활동 3개 쓰려는데 글자수가 너무 부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