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나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자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5.11 10:29
  • “선생님, 전 뭐 특별한 활동이 없는 거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그냥 다 평범한데 뭘 쓰라는 걸까요?”

    아이의 말을 들으며 한동안 학생을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모든 것을 너무 가치 없이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아는 바에 의하면 그 학생은 6년을 넘게 한 노인복지원에서 꾸준히 봉사를 하고 있었고, 밥차 봉사도 오랜 기간 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은 특별히 한 활동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에겐 무언가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이 아이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말씀과 학생부의 기록은 이 아이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가득 했다.

    “처음에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가 너무 소심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는 걸 힘들어 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무리 바빠도 학교 활동에 꼭 참여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 후 자주 학교에 가서 학부모회나 활동을 많이 하니, 아이도 바뀌더라고요.”

    아이는 3년간 반에서 임원을 놓친 적이 없는데다 동아리 장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자신이 특별함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와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조금 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이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학생에 대해서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설득도 할 수 있었다.

    “네가 한 활동을 보렴. 그리고 네가 겪어온 일들을 보렴. 그게 그렇게 가치 없고 아무 특색 없는 일인 것 같니?”
    “말씀 듣고 보니, 아닌 것도 같아요.”
    “그래, 너처럼 이렇게 장기간 봉사하고 임원을 연달아 하고. 이런 거 드문 거야.”
    “아무래도 TV가 문제인 것 같아요. 다 너무 대단한 일이라, 제가 한 게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아요.”

    황당하게도 원흉은 TV가 되었던 사건이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이런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라는 질문 앞에서 많은 학생들이 쓸 내용이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건 모두 너무 드라마틱한 사연에 기준을 두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하는 소식과 비교해 보면, 당연히 자신의 일화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막노동을 하면서도 의대에 합격한 이의 사연이라던가, 장애가 있는데도 이를 극복하고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의 사연들을 보고 있자면 자신의 어려움은 하찮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드라마틱한 사연과 어려움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오히려 대다수의 다른 학생들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너무 주눅들어 스스로에게 가치를 두지 않는 그 자세를 오히려 경계해야만 한다.

    “잘 생각해봐. 왜 TV에 나오겠니?”
    “흔하지 않아서?”
    “그래. 이미 TV에 나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은 거야. 그런 특수한 상황에 비교해서 자신이 한 활동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안돼.”

    자신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해보기 바란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말이다. 위의 학생처럼 소심한 성격을 고치는 것도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의미는 부여하려는 의지에 따라 생겨날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3년째 반회장을 맞고 있지만, 원래 저는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하루는 어머님께서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을 하시고 걱정이 되셨던 것 같습니다. 제게 학교 활동을 같이 열심히 하자고 권하셨습니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학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고, 저도 그에 뒤질세라 반에서 임원을 맡아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성격도 점차 활달하게 바뀌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