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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자기소개서를 잘 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질문을 하고 답을 하라’라는 것을 이야기했었다. 이 방법을 통해 글을 잘 풀어 쓰는 방법과 제대로 소재를 엮는 방법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질문을 통한 글 작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아주 잘 선별해서 해야 한다. 마치 토크쇼 등을 볼 때,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쇼의 재미가 좌우되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재미있게 다음 화제나 이야기로 잘 유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 질문마다 어색하게 흐름을 뚝뚝 끊어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건 정말 좋은 질문을 골라 적절하게 제시하는 센스에 달려있다.
마찬가지로 잘 쓴 자기소개서 역시 제대로 된 질문을 고르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틀에 맞추어서 질문을 정해주어도 사람에 따라 해왔던 일, 관심사,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에 끼워 맞추기처럼 보일 수가 있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제대로 된 질문을 선별하고 답을 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단순하게 접근하자’라는 조언을 하곤 한다. 글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처음부터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서이다. 큰 것보다 작고 가까운 것부터 쓰기 시작하면 글쓰기가 술술 풀리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어려운 질문은 일단 배제하자. 그리고 일단 일차 과정으로 ‘왜?’라고만 물어보자. 글쓰기 전 준비했던 정리 노트에 자신의 활동 내역들을 쭉 적어 놓았다면 그 각각의 활동 내역들 밑에 반드시 ‘왜?’를 물어 답을 달자. 예를 들어 보자.
방송부에 가입해서 활동했다
왜1: 방송국 PD가 되고 싶다
왜2: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고 싶다.
왜3: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며 보도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실제 학생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꽤 큰 도움을 받는다. 자신 안에 막연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글의 방향도 이제 어느정도 알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내도록 하는 과정은 경험을 통한 체득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고서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이면을 스스로 찾아내어 정리하기도 생각만큼 쉽지 않을 뿐더러, 부모님이나 지인이 처리하기에도 일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일단은 자기 스스로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왜?’부터 고민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야기가 정리된다. 앞에 PD를 꿈꾼다고 했던 아이의 글을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구성될 것이다.
저는 방송국 PD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송반 동아리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런 꿈을 갖게 된 이유는 사회고발프로그램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저도 그런 프로그램을 꼭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초고 형태의 아주 단순한 글이지만,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것으로 글이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요도 짰고, 녹음도 했지만 글쓰기에 대한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아주 단순하게 이 작업부터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글을 잘 쓰는 이들은 근거를 특히 더 잘 기술할 줄 안다. 그것이 탄탄한 글쓰기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필수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 몇 차례 반복하면 차후 글쓰기가 어느 순간 쉬워질 것이다. 그러면 어느새 자신만의 멋진 자기소개서 완성을 목전에 둔 것이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사실을 적고, 일단 ‘왜?’부터 달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