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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어 하던 한 학생이 있었다. 실은 이 친구는 처음부터 꿈이 명확했던 것은 아니다. 한동안 자신의 과를 정하지 못 해서 방황의 시기를 거쳤었다. 그렇지만,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해왔던 일이 있다. 바로 ‘독서’다. 그중에서도 한 작가에 관한 주요 서적을 장시간에 걸쳐 읽어서 독서기록을 해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을 3학년에 이르러 정했다. 자신이 즐겨 보던 책의 작가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인물 중 참고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흔히 이를 우리는 롤모델이라고 부른다. 아이들에게 꿈과 진로는 아직은 무척 낯설다. 미래의 길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미루어 짐작해볼 수는 있다. 이미 그런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자취를 살펴보는 것으로써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부여를 위해서도 갖추어야 하는 것들을 알기 위해서도 익히 유명한 사람들, 그 위치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2학년쯤 이르러 자신이 꾸준히 보던 글의 작가처럼 되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학생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작가가 어떻게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전기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전기에 관한 책도 좋고,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미 인터넷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정보는 많았다. 그렇게 자신이 닮고자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아이는 자신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잘 가야지!’를 넘어 그 밖의 경험들에 대해서도 열린 시야를 갖게 되었다.
아이는 독일 출신 작가인 헤르만 헤세에 유독 애정이 깊었다. 그래서 헤세의 작품의 일관된 메시지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자신의 방황의 시기도 헤세의 방황처럼 깨달음을 주었던 시간으로 해석하며 도약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헤세의 삶을 관통하는 평화에 대한 외침과 철학적 고찰에 대해서도 자신의 공감하는 마음을 나타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내고 싶은 작품 세계에 대한 포부도 헤세의 작품 세계와 무척 닮아있음을 드러냈다. 아이는 이 모든 이야기를 풀어서 자기소개서로 썼다. 그렇게 탄생된 글은 자기소개서라고 보기에 무척 수준이 있으면서도 작가의 꿈을 갖은 아이에게 딱 들어맞는 글이었다.
자신의 구체적인 미래, 혹은 지난 경험에서의 의미 찾기는 내가 닮고 싶은 타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답이 나온다. 물론 이를 위해서 단시간의 요령보다는 앞의 학생처럼 좀 더 꾸준한 시간 투자도 필요하고 말이다. 당장 글에 대한 감을 찾기 어렵거나 자신의 꿈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 필자는 자주 제시하곤 한다. “오늘 집에 가서 네가 닮고 싶은 사람 딱 세 명만 찾아보자. 위인도 좋고, 현재 유명한 사람들도 좋아.” 그다음 글이든,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것이든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바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친구들에게도 적용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을 구체화하려면 이미 구체화한 사람의 길을 모방해보려 하자. 그리고 거기서 발전시키라. 세상에 그냥 창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나의 롤모델이 걸어온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