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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입시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자기소개서를 완성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요새는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자료들도 많기 때문에 전보다 자기소개서의 전반적인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보인다. 몇 해 전의 합격 사례랑 지금의 아이들의 글은 질적으로 좀 차이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 덕분에 자기소개서를 잘 작성하지 못 했을 경우, 그 부족함이 더 눈에 띌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자기소개서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의 글을 감안해서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 글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중학생 아이들의 글을 보면서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점은 아무래도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취업이나 대입 자소서를 보면 경험을 통해 나를 뽑는 대상을 먼저 알려고 노력한 흔적이 꽤나 많이 느껴진다. 반면 아직 어린 중학생들에게는 이런 분석적인 면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일부 자사고 항목 중에는 ‘건학 이념과 연계한’ 지원동기를 묻기도 한다. 따라서 건학 이념부터 먼저 알아둬야만 한다. 물론 이건 찾기 쉽다. 홈페이지나 학교 안내 책자를 조금만 들춰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상의 것들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학 이념이 특별한 명사 형태, ‘정의’나 ‘창의’ 등의 용어이면, 그냥 이 단어를 써서 활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언급을 하는 이유야 당연히 이해하고 있다는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단순히 가져와 인용하는 것만으로는 전달력이 약하다. 직접적으로 쓰지 않더라도, 그런 단어를 선정해놓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따라서 그런 면을 어떻게 자신이 입학 후 살릴 수 있을지를 글로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건학 이념이 있고, 이것과 연계한 지원동기를 작성해야 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여기에 지원동기와 상통하는 부분을 찾아야만 한다. 꿈이 만약 의사라면, 의술과 인성과 지성이 연결된 글을 써야만 한다.
저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주대 병원의 이국종 교수님의 사람을 살리는 의술을 보며, 저도 의사가 되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략) 인성과 지성을 겸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인 OO학교에 입학하면, 제 꿈을 이루며 사람들을 돕는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문장은 아니지만, 위처럼 연결된 글을 만들 수 있다는 예시를 들고 싶었다. 단순 학교의 상징이나 이념 등을 나열하는 데 멈추지 말고, 좀 더 큰 그림을 생각해보자. 왜 그런 이념을 갖게 되었고, 또 그것이 자신의 진로와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함께 복합적으로 고민해야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학교의 관련 자료들을 열심히 보면서, 접점을 고민해보기 바란다. 분석적인 눈을 갖는 것이 그 학교로 합격에 가까워지는 길 중 하나라는 사실, 잊지 말자.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학교를 이해하고,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