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녹음을 하면, 글이 술술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9.09 10:58
  • 드디어 대학교 입시 자기소개서 마감이 다가왔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아이들도 있지만, 아직도 헤매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급한 마음에 글을 써보려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는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좀 더 쉬운 팁을 전하고자 한다. 실제 강연회나 상담을 통해서 자주 언급하곤 했지만, 칼럼으로는 처음 다루는 부분이다.

    학생들과 자기소개서 관련 면담을 할 때, 자신이 작성하던 글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학생과 자기소개서 좀 매치가 되지 않기도 한다. 글이 너무 유려하기보다는, 그 반대로 너무 아이에 비해 못 써진 글을 보게 된다. 아이는 정말 똘똘하고 말도 잘 한다. 했던 활동도 정말 좋아서 매력적이기도 한데, 글은 완전히 다르다. 밋밋하고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보이거나 혹은 너무 추상적이라 특별하지도 않다. 이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갖는 공통점이기도 한데, ‘글은 말보다 어렵다.’ 즉, 말은 술술 나오지만 글이 그렇지 못 해서 자신이 생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누누이 말하지만, 단기간에 글 솜씨를 늘릴 방법은 없다. 그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연습이 없으면 안 된다. 하지만 좋아 보이게 만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주로 필자는 녹음을 활용하는 편이다. 자신에 대해하고 싶은 말을 녹음기를 켜고 열심히 떠들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들으면서 적는 것이다. 희한하게 요즘 애들 말은 또 잘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만난 아이도 써온 글은 너무 뻔한 이야기들 일색이었는데, 이것저것 질문하며 이야기를 나누니 반짝반짝 빛이 났다. 녹음 파일을 전해주며, 이렇게 그대로 써보라고 했다. 정말 다시 써온 글은 아이처럼 싱그럽고 개성도 있는 형태로 달라져 있었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경우다.

    저는 독서토론에서 2등상을 수상했습니다.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학교에서 인권관련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 설득하고 참여해서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위와 같은 글을 써오는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가 말로 전한 내용은 조금 달랐다. 독서토론에서 상을 받았거든요. 한 50명 나갔는데, 제가 거기서 2등 했어요. 제가 원래 인권문제 같은 것에 관심 많았는데, 마침 주제가 인권이더라고요. 책이 몇 개 있었는데 여성인권 요새 말 많잖아요. 그래서 그걸로 정했어요. 혼자 하기는 좀 그래서 친구들을 모았거든요. 제 친구들 중에 변호사 되겠다는 애랑, 교사가 꿈인 애가 있는데 걔들하고 법하고 교육이랑 연결해서 같이 나갔어요. 잘 돼서 상 받게 됐죠.

    굉장히 풍성하게 풀어서 할 수 있는 말도 처음부터 글로 예쁘게 만들려고 하다 보면 어렵다. 차라리 생생하게 인터뷰처럼 녹음한 것을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더 좋은 글이 된다. 혼자 주저리 떠드는 것이 어렵다면,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녹음해보라고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녹음한 말을 들으면서 따라서 타이핑을 해보자. 구체적인 사례가 살아있으면서도 학생다운 글이 나올 수 있다. 시간이 없다면, 더더욱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