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소개서를 ‘왜’ 쓰는지를 생각해보라고 많이 말을 한다. 생각해보면,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궁금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입학 후 자세라든가 공부를 어떻게 하는 성향이라든가 진로진학에 대한 성실성 등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종종 학생들이 그런 의도를 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가정환경과 같은 어려서의 경험들을 기술하는 경우이다. 늘 얘기하는 바이지만, 입시를 위해 ‘어려서부터 엄하신 아버지와 다정하신 어머니의 가정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라는 메시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개인적인 환경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 입학 담당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과연 입학 담당관은 학생을 뽑을 때, 어떤 것을 중요시할까? 어떤 정보를 궁금해할까? 그게 글을 쓰는 순서다. 얼마 전 만난 학생의 경우도 이런 점을 간과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입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 1번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 학생은 정말 학업에 대한 이야기만 썼다.
저는 국어 시간엔 새로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교과서와 문제집에서도 새로운 문법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고전산문 같은 경우는 모르는 단어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단어장을 만들어서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고 어휘력을 늘렸습니다. 그러자 점점 글일 잘 읽혔습니다. 공부 시간이 즐거우니 성적도 자연스럽게 상승했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무언가 매력이 떨어진다. 특히 심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자. ‘왜?’ 자기소개서를 원할까? 위 학생은 국문과를 지원하는 학생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어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같이 학습에 녹여내는 것이 훨씬 좋은 글이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국어 과목에 대한 관심과 학습을 연결해서 쓰라고 한다. 즉, 학습 경험과 노력을 쓰라고 해서 단순하게 학습 경험과 노력만 기술하면 재미가 없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자신의 자랑처럼 쓰이면 더 그렇다. 진학과 꿈에 대한 의도를 갖고 공부를 했고 그게 구체적인 경험으로 잘 쓰인 글로 바꾸려면 읽는 사람의 입장으로 생각해보고 그에 맞춰 다시 써보자.
국문과를 왜 지원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자. 국어학자가 되려는 것인지, 작가가 되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어 선생님이 되려는지 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에 맞춰 국어 공부를 재미있게 하게 되었다는 글이 언급되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공부한 경험을 이래저래 나열하는 것보다는 하나의 목적성에 맞춰서 연결되는 것이 좋다. 위의 글 같은 경우는 고전 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단어를 익히고, 고전 문법을 익혔다는 것이 하나로 묶여서 나오면 더 매끄러운 글이 될 것이다. 나열하는 식보다는 자연스러운 연결이 훨씬 읽기 좋다.
위의 경우 이외에도 학습 경험과 노력은 종종 자신의 자랑으로 시작해서 끝나기도 하는데, 이건 매우 위험하다. 공부를 잘 했는지는 생활기록부에 다 나와있다. 그것보다 의미를 찾는데 주력하자. 의미 있는 글은 읽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남이 궁금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