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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초등학생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시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학생의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안타까운 상태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자연스레 나누게 되었다. 어린 학생 중에 제일 어려운 스타일은 ‘호기심이 없는 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경청해서 듣지도 않고, 관심을 끌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아이가 호기심이 없을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은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다. 이 분의 말씀에 의하면, 아직 초등학교 1학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학원 스케줄이 벌써부터 빽빽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린 나이에 타인에 의해서 강제 주입 당하고 있으니, 누가 뭘 가지고 와도 흥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마침 필자도 한 학생을 만났다. 이과이기 때문에 공부해야 할 양이 좀 많이 필요한 아이였다. 강의도 꾸준히 들어왔고, 문제도 꾸준히 풀어왔다. 수학 강의 중 막 듣기를 다 마친 것이 있다길래 물었다. “이 교재의 문제는 풀 수 있겠니?” 별 의미 없이 던진 물음에 아이는 의외의 말을 한다.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순간 아이와 눈이 마주치며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이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들어도 잘 모르는 내용의 강의를 들으며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적극적으로 무언가 하려고 들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잘 모르는 것들이 나오는데, 궁금하거나 이해가 안되면, 차라리 다시 물어보지 그랬니?” 라며 에둘러 표현한 말에 아이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강의 들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무언가 열심히 공부하려 파고드는 습관은 궁금하다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중요한 지식이든, 정보를 앞에 가져다 주고 설명해서 머리 속에 넣어주려 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호기심을 다른 누군가가 생기게 도와주는 것은 참 어렵다. 없애는 것은 무척 쉬운데 말이다. 앞의 아이 둘의 공통된 특징은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궁금하지도 않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타인에 의해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왔다는 것이다. 배우고 익히는 중에 자신의 의도나 생각이 없을 때, 이런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공부의 시작은 아이의 상태 혹은 욕구와 같이 만나야만 한다.
특히 나이가 중요하다. 어린 나이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새롭고 재미있을 수 있다. 그때 그 호기심을 살려줘야만 한다. 궁금한 것들에 대한 꾸준한 대구와 피드백을 해주자. 어른은 그때 단지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욕심을 부려서 영특한 아이에게 국어, 영어, 수학을 모두 다 갖춰 공부를 시키기 시작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호기심이 없는 아이가 하는 공부는 죽은 공부다. 궁금하지 않으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호기심을 갖게 하기 위해 우리는 아이를 이해하고 기다리고 또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유 없는 주입식은 너무 빨리 시작하지 말길 바란다. 호기심 있는 살아있는 공부 끝에 공부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호기심 없는 공부는 죽은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