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과가 학교의 문이 넓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이다. 취업을 고려해도 그렇고 대입을 고려해도 역시 이과가 답이라는 말은 익히 많이 하시는 듯 하다. 실제 학생들을 상담하면서도 최근엔 부쩍 이과가 더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 일부 여학교에서도 문과와 이과 비율의 변화도 목격하기도 했다. 전에는 문과에 비해 턱없이 적었던 이과가 거의 비슷한 비율까지 많아지거나 아니면 아예 역전된 곳들도 있다. 예를 들어 전에는 이과가 2~3반 정도였다면 지금은 5반 정도로 많아졌다. 그만큼 이과에 대한 선호도가 올라갔다고 판단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과의 선호도 상승은 더 강하고 뚜렷하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문과 출신이기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현 사태가 안타깝기도 하다. 문과에서 배우는 학문이 실생활의 필요성에 의해 평가절하되는 것도 그렇기도 하고,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는 선택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한 학생의 예도 그러하다. 이과를 선택했다는 아이는 전혀 수학에 관심이 없었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한국사 성적이 제일 우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말했다. “그래도 이과를 가야 학교 가기 쉽고, 그래야 나중에 먹고 살기 좋다고 해서요.” 아이는 대입과 취업을 걱정하고 이과로 진로를 결정한 것이다.
물론 진로와 진학을 별개로 둘 수는 없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도 대입을 못 하거나 결국 취업을 못 하고 삶에 지장이 있다면 공부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점점 공부를 실용적인 측면에서 판단하고 역량에 집중하는 것도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이 미래를 걱정한 선택을 하는 것을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흥미가 없으면 공부를 잘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과를 선택했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탐구나 고민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과연 이 학생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이과를 선택했지만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성적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아주 많이 봐온 입장으로는 우려되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이과 공부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입을 좌우하는 것은 학교 내신 성적이든, 수능 성적이든 이다. 객관적인 학생의 상태를 보았을 때, 손이 잘 가지 않는 수학 자체는 계산 실수도 잦고 단순하게 공식을 대입하는 것 이상의 발상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여겨졌다. 과학은 아예 건드릴 엄두도 나지 않는 것 같다. 본인도 스스로 이야기를 한다. “어렵고 재미없어요.”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어쨌든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다. 그리고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나중에 취업을 하는 것도 쉽진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공계 분야의 전문성은 문과의 그것보다 더하다. 그런데 그냥 묻지마 이과 선택이 과연 잘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싶다. 그래서 학생에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에둘러 말을 하긴 했다. 부모님의 동의와 학교의 동의도 필요하니 쉽사리 돌리진 못할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 마디만 더 하고 싶다. “정말 이과가 대학 가기 쉽다고 생각하니?” 정확한 수치나 데이터를 보고 하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루어 짐작한 것인지도 궁금하다. 뭐가 어찌 되었든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문과든 이과든 대학 가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닌가.
조선에듀케이션 공부혁명대 소장 윤의정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묻지마 이과 선택의 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