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엄마표 영어공부가 성공하려면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03.18 10:43
  • “단어 암기를 정말 못해요. 몇 시간을 붙잡고 있었는데도 못 외워서 우리 아이가 암기력이 없는 것 같아요.”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님의 고민이었다. 이 학생은 말 그대로 ‘엄마표 영어 공부’ 중이었다. 어머니의 열정도 대단하고, 아이도 성실해 보였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몇 시간을 투자해도 채 20개의 단어를 외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머리가 딱히 나빠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똘똘해 보였다. 물음에 대답도 꽤 잘했다. 그런데 같이 붙잡고 공부를 해도 생각보다 결과가 영 신통치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걱정되어 상황을 자세히 물어봤다. 외우는 기간과 걸리는 시간, 교재나 단어 수준 등을 물어보며 상태 파악을 했다. 그러다 공부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스펠링’에 있었다. 단어를 외우면서 정확한 알파벳까지 다 쓸 수 있게끔 만드는 것까지 전부 다 테스트를 하다 보니, 하나의 단어를 외우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같이 공부를 하고 있는 대상이 ‘엄마’이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존재인 ‘엄마’와 함께 영어 단어를 오타 없이 완벽히 외울 수 있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영어 공부를 ‘놀이’식이 아닌, ‘학습’형태로 바꾼 지 얼마 안 된다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게 될 수도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아직 단어 암기에서 스펠링을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 막 읽으면서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데, 쓰기까지 동시에 정복을 하려는 것이 좀 과하다. 한번에 모든 걸 다 해내면 좋겠지만, 알다시피 우리 아이들은 만능이 아니다. 처음엔 그냥 많이 눈으로 보면서 익히라고만 해두고 싶다. 입으로 발음을 따라 해보면서, 알파벳 조합이 어떤 식으로 발음이 나는지 익숙해지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러면서 점점 단어들이 늘어날 수록 발음에 따라 쓸 수 있는 단어들도 생기게 된다. 일정한 패턴으로 영어 단어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최근 상담을 통해 만난 한 학생이 혼자 책으로 공부해서 영어 공인 인증 시험(TEPS)에서 900점대를 훌쩍 넘었다. 이 친구는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영어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다. 현재 일반고에 재학 중이고, 심지어 영어 학원도 다니지 않고 있다. 영어가 재미있고 가장 좋다고 한다. 학생이 말하는 영어에 재미를 붙일 수 있던 이유는 ‘엄마표 영어 공부’에 있었다. 어려서부터 즐겁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어머니가 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켜두고, 영어 책들을 가까이 두고 학생이 읽게 했다. 영어 단어 암기도 읽으면서 편하게 접하게 했다. 한번도 강하게 아이를 압박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한 적이 없었다. 아이는 지금도 어머니께 감사 드린다는 말을 한다. 이 학생도 영어 스펠링을 외우며 공부하지 않았다. 그냥 많이 읽으면서, 발음을 익히고 그 다음 쓰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완벽한 단어 암기를 한번에 하길 바라지 말자. 우선은 재미를 붙이고, 영어가 가까워지는 게 우선이지 않겠는가. 그것이 ‘엄마표 영어공부’ 성공의 지름길이다.

    조선에듀케이션 공부혁명대 소장 윤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