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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하기 싫어해서 공부하기를 꺼려하는 아이들을 일컫는 용어가 있다. 일명, ‘수포자’라고 한다. ‘수학을 포기한 자’라는 말을 줄여서 쓴 표현이다. 이 수학을 포기한 아이들의 문제는 꽤 심각한 편이다. 실제로 수학 시험이 어려웠던 2014년 시험에서는 수학A형에서 30점을 넘지 못한 학생이 40%에 이를 정도였다. 덕분에 수학을 더 쉽게, 양을 줄여서 학생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리고 실제 현재 변화되는 교육과정 상에서는 학습량을 줄여주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보는 모습은 또 다르다. 수학 학습량이 수학을 좋고 싫고를 가르게 되는 것일까?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안 풀리니까 재미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미가 있을 리 없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붙잡고 있어봤자 전혀 흥미가 안 생길 수밖에. 문제를 보면 볼수록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확인하게 되는 것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재미있겠는가? 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이 가져온 수학 문제집을 보면 채점을 하지 않는 경우도 꽤 보게 된다. 혹여 채점을 하더라도 틀린 표시는 아주 작게 해두었다. 자기만 알아보게. 틀렸다는 표시는 어찌 보면 자신에게 ‘너는 못한다.’라고 단정짓는 것 같이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수학에서 틀렸다는 표시가 많은 것이 보기 싫을 수 밖에 없다. 안 풀리는 문제들, 못 푸는 문제들이 눈 앞에 가득 늘어나는 것이 공부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길이다.
수학의 재미를 붙이는 방법 중 하나는 잘 맞는 것이다. 이 주장이 조금 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학생들 사례로 보며 느낀 바로는, 수학 문제를 잘 풀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재미를 느껴봐야 다른 수학 문제로 그 지적 호기심이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나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는 아예 건드리지 말자고 한다. 개념 이해하고, 그 개념을 바로 적용해서 풀 수 있는 문제만 한번 편하게 다 풀어보라고 한다. ‘풀린다’라는 재미를 먼저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 감각을 바탕으로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자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현재 시중의 문제집들을 살펴보면, 난이도별로 Step1~3나 A, B, C 등의 단계별 구성을 해둔 것을 알 수 있다. 그 문제 중에 한 단계만 처음부터 끝까지 풀라고 한다. 전 단계를 한번에 한 단원씩을 다 풀려고 하지 말고, Step1단계만 한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 다음 Step2단계, 그 다음 Step3단계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의 접근을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1단계를 다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전체적인 개념이 정리가 될 것이다. 그 중에 못 푸는 문제가 없다면, 다음 단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라.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못 푸는 문제가 없다면 마지막 단계를 도전하라.
단계별로 구성된 책을 이용하면서 각 단계에서는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수학에 재미를 붙이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각 단계별 못 푸는 문제를 반드시 다시 풀어보고, 또 풀어보고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 전제임을 잊지 말자. 보통 아이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못 풀겠다’라는 패배감에서 시작된다. 어려운 문제를 낑낑대며 풀어내는 것도 수학 사고력 향상에 도움 되겠지만, 수학이 아예 재미가 없다면 잘 풀 수 있는 것부터 풀자. 그리고 실력이 쌓이면 넘어가자. 한번에 ‘개념부터 심화까지’ 풀어낼 능력을 갖춘 아이는 생각보다 드물다.
조선에듀케이션 공부혁명대 소장 윤의정
[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는 동기, 잘 풀리거나 잘 맞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