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국.수.영 말고 수.국.영은 안되나요?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5.03.04 09:35
  • 삼수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온 학생을 만났다. 재수 생활을 하며 성실히 공부에 임했고 성적도 꽤 올랐다.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최선을 다 했다고는 보인다. 그런데 본인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하다. 아예 학교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다시 하려고 드니 말이다. 성적이 오른 것 같은데, 왜 다시 그렇게 쉽게 반수도 아닌, 삼수를 결정하냐는 물음에 학생이 억울한 듯 대답한다. 자신의 실제 실력이 이 정도가 아니라고 말이다.

    재수 기간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봤다. 대체 그간 어떤 점수였을까? 꽤 놀랍다. 만점에 가까운 성적 대를 기록해온 듯 하다. 막상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니, 재수 결과가 영 마음에 들지 않긴 하다. 본인의 실력에 비해 성적이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니?” 라는 물음에 아이가 힘없이 대답했다. 국어 시험을 보면서 그냥 글이 안 읽혔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집중하려 해도, 도무지 읽히지 않았단다. 집중하려고 눈을 감고 3분 정도 명상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도 떨리는 마음이 진정이 안 되었다고 했다. 줄줄이 지문들을 제 시각에 못 읽고, 풀지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미 첫 시간부터 망쳤다는 생각에 다음 시간 수학도, 그 다음 시간 영어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전에도 국어 시간에 떨지 말라는 조언을 하긴 했지만, 정말 이건 말처럼 쉽지 않다. 현장에 가서 평소 자기 실력보다 좋은 성적을 못 받는 아이들의 다수가 국어 시간에 떨어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담처럼 학생들과 이야기 하곤 한다. “차라리 첫 시간이 수학이면 좋겠다.” 라고 말이다. 시끄럽고 집중이 안 될 때, 제일 안 풀리는 과목이 국어이다. 그리고 풀면서 집중하기 가장 어려운 과목도 국어이기도 하다. 반면 수학은 상대적으로 집중을 덜 해도 꽤 잘 풀린다. 예를 들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풀 수 있고, 쉬는 시간에 시끌시끌한 공간에서도 풀 수 있는 과목은 거의 수학이 유일할 것이다.

    아직 긴장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차라리 수학부터 보면 어떨까? 집중도도 올라갈 수 있고, 긴장도 좀 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예체능을 선택해서 수학을 보지 않는 경우에도, 아이들이 중간에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국어시간에 열심히 풀고, 중간 수학 시간에 풀어졌다가 다시 영어 시간에 시험에 임하려 하니 잘 안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다. 첫 시간에 좀 쉬고 두 번째 시간부터 집중해서 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 당황했던 아이들의 경험을 거울 삼아, 올해는 좀 어렵게도 공부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무조건 아침에 글 읽기부터 연습하자고 한다. 일어나 앉자마자 장문의 글을 읽는 순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수학능력시험 순서가 첫 시간 수학으로 바뀌지 않는 한 말이다. 그 전까지는 일어나면, 글 읽자. 그래도 국어 집중력 향상에 도움될 것이다.

    조선에듀케이션 공부혁명대 소장 윤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