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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관련된 전공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 있다. 자연계열을 선택했고 성적도 무척 좋은 편이다. 그런데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이 학생은 여전히 뇌와 관련된 ‘그 무엇’을 공부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만 가지고 있었다. 좀 더 세부적인 분야로 좁히기를 권했지만 이런 진로의 구체화가 쉽지 않은 듯했다. 공부하고자 하는 영역을 구체화 하기에는 그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정보가 부족해 보였다.
전공 범위에 대해서 막연함이 있는 것은 고등학생들이라면 지극히 당연하다. 물론 더 자세한 분야에 대해서는 대학교에 진학 후 공부를 하면서 깨우쳐도 늦지 않다. 평상시에는 이런 진로에 대한 막연함과 광범위함이 주는 불편함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범위를 좁혀 자세한 방향성을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대학 지원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이다. 이 시기만큼은 기존의 막연함을 벗어나서 아주 구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설정해야만 한다. 그래야 학생부종합전형상으로도 더 적합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
다시 앞의 학생으로 한번 돌아가 보자. 뇌에 대한 진로라고 하면 뇌의 발생인지, 매커니즘인지, 병리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치료를 생각하는 것인지 등을 다시 구분 짓는 것을 우선한다. 그래야 자신이 앞으로 대학 진학 후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해나갈 지를 그려볼 수 있다. 이렇게 분야를 나눠 보고 어떤 세부분야에 자신이 좀 더 관심이 있는 지를 찾아보라고 했다. 인터넷이나 책 등을 활용해서 고민하던 이 학생은 뇌의 발생학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아마 생명공학보다는 생명과학으로 지원해서 이론 공부를 중심으로 하게 될 것이다.
이 정도로 생명공학과 생명과학의 차이를 깊이 생각한 후 지원하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로 ‘생명'에 중점을 두지 ‘공학'과 ‘과학'의 차이에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구분과 디테일이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바로 앞에 언급된 학생과 같이 말이다. 만약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면 진로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해서 생각해보자. 오히려 할 이야기도 쓸거리도 그리고 준비할 거리도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디테일해 질수록 더 넓고 깊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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