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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라면 아직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서 막연하다 느끼는 시기일 것이다.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진로나 전공과 적합한 활동을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쌓아나갈 수 있는 지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를 모르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로 인해 피로도가 누적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다.
전에 한 초등학생 학부모가 좋은 예를 언급한 적이 있다. 자신의 아이가 오리라고 한다면, 물 속에서 물갈퀴로 수영을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땅 위에서 닭과 같이 달리게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달리기도 닭처럼 잘 할 수 없었을 뿐더러, 물갈퀴도 갈라져서 제 역할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살리지 못해서 특정한 분야의 재능을 키우지도 못했고 오히려 이도저도 잘할 수 없는 애매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 초등학생이라 너무 이르게 결론짓지 말자고 위로를 드렸다. 하지만 실제 자녀의 육아를 통해 경험한 감정은 매우 현실적인 감흥을 느끼게 했다.
이런 사례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나만 잘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모든 것을 잘 하는 아이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팔방미인이 되기를 원하는 학부모님이 상담을 요청하신다. ‘수학'을 유독 잘하는 중학생을 입시상담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 똘똘하고 매우 우수한 아이였지만, 부모님의 요청은 사회와 도덕까지 모두 잘하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수학과 과학에 비해 자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과목은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이 학생의 큰 문제라고 생각하시고 있었다.
아이와 몇 차례 만나면서 암기를 정말 못하는 것인지 단순히 이런 과목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해보려고 했다. 몇 번의 얘기를 통해 판단해본 바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몰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과목에 투자를 잘 하지 않는 것이었다.물론 다양한 교과 영역에서 모두 고른 능력치를 나타내면 모범적인 우등생이 될 수도 있다. 이 아이의 경우 공부 머리도 있고, 할 수 있는 실천 능력도 있기에 불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러 공부 밸런스를 맞추라고 강요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과학과 수학에 흥미와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 사회까지 모두 다 잘하게 맞추는 것이 맞는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그것보다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살리는 학교와 학과로 진학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말씀드렸다.
고등학생들 중 다방면에서 고루 잘하는 아이들의 경우 생각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적합한 성향이라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무엇 하나를 특출나게 잘하는 아이들이 더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대전제는 좋은 내신 성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아무리 좋은 내신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특징이 없으면 무의미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어린 학생들의 시대에 앞으로 내신이 어떻게 평가되어 기록될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만약 절대평가로 평가받는다면 더욱 더 특출난 영역의 강점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특성 없이 고른 능력의 인재가 미래시대에 적합한가? 아니면 무엇 하나를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더 나은가? 재고의 여지가 없이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까? 오리라면 달리기보단 물갈퀴로 열심히 수영을 연습하는 것이 오리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 결정이듯 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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