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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쓰고 싶다고 하면서도 정작 학생부에 별다른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글을 써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며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물론 그때마다 필자는 별다른 답을 내어주지 못한다. 우선 학생부에 없는 내용을 지어낼 수 없기도 하고, 어쨌든 자기소개서는 자기가 써야 하는 것이지 타인이 써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은 뻔한 이야기를 해줄 수밖에 없다.
학생부종합전형은 말 그대로 학생부에 의한, 학생부를 위한 전형이다. 다른 외부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려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전형요소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도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는 부차적인 문제다. 학생부를 넘을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 활동을 기재할 수도 없을뿐더러 화려한 미사여구로도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에 만났던 한 학생의 사례가 있다. 아이의 성적은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해도 무리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국문과를 지원하고자 하는 아이는 소설도 많이 읽었고, 글도 잘 쓰는 편이었다. 그런데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어 있는 책은 많지 않았다. 주로 인터넷 기반 소설이나 시나리오 등을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글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아이의 글은 유려했고, 누가 봐도 잘 썼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는 국문과와 관련된 활동을 한 것이 없었고 생활기록부가 전반적으로 빈약하기만 했다.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학생과 학부모님이 원해서 국문과에 지원을 했다. 멋진 자기소개서를 써서 제출한 후 기다렸다. 물론 결과는 예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불합격이었다. 1차 서류전형의 벽조차 넘지 못했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생활기록부가 받쳐주지 않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었다. 이 학생은 결국 논술전형으로 서울의 모 대학교에 합격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했던 것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다. 글을 잘 쓰던 아이는 결국 글로써 좋은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학생부를 능가하는 자기소개서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고 할지라도 그 실체가 빈약하기 그지없다면,당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전형의 시즌이 되면 자기소개서를 잘 써서 합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분들이 생긴다. 아마 기댈 곳이 이제는 자기소개서와 면접밖에 없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듯하다. 늘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자기소개서만으로 좋은 대학교에 합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합격을 했다면 자기소개서를 잘 써서 붙은 것이 아니라 학생부 내용이 좋아서 붙은 것일 게다. 그러니 너무 자기소개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충 쓴 자기소개서로 합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훌륭한 학생부를 가졌지만 잘못 쓴 자기소개서 때문에 떨어지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자기소개서는 불합격을 낳기도 한다. 물론 잘 썼다고 해서 합격을 보장하지 않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얘기해보니 어렵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자기소개서란 ‘잘 못 쓰면 떨어질 수 있지만, 아무리 잘 써도 빈약한 학생부를 채울 수 없다’ 이렇게 이해하면 좀 명확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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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문가 칼럼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학생부를 채울 자기소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