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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그 시기엔 방황도 필요하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5.31 09:33
  • 얼마 전 제자 한명이 오랜만에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필자가 일을 하면서 가장 큰 재산이라고 여기는 것이 제자들이다. 이렇게 스승의 날이라고 연락하고 찾아오는 것에 무척 고맙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친구는 수학에 유독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학과도 자신이 가장 원했던 수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었다. 고3 수험생활 끝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학과에 합격했으니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잘하고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대화를 나눌수록 예상 밖의 주제로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이 친구의 말을 요약하자면, 수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분명 좋아하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군대에서 제대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바로 다음 학기에 학교에 복학을 했었다. 그런데 군대에 있는 시간 동안 스스로에 대에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고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았는데 잘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다시 학교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학과 공부에 매진이 잘 안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수학과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교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하고 잘 하던 아이였는데,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 경험한 것은 기존에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많이 달랐나보다.앞으로 계속 수학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것보다는 자신은 무언가를 장식하고 꾸미는 일을 더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이를테면 인테리어나 데코레이션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시험을 보고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맞을지 확신이 들지 않고, 수시가 워낙 많아진 터라 정시로 공부를 해서 산을 넘기 힘들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고민을 토로하고 싶었나보다. 필자도 실은 이 친구의 고민에 딱 명쾌한 정답을 찾아주기 힘들었다. 수능을 지금부터 공부하자니 또 그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도 있고, 실제 공부를 한다고 해도 관련 학과에 합격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수시는 게다가 현재의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니 말이다.

    잠시 고민 끝에, “그럼 우선 인테리어 학원을 다녀볼까?”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학과도 밖에서 보던 것과 실제 들어가서 경험했던 것이 같지 않았던 것처럼 이 분야도 밖에서 보는 것과 실제 경험해 보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 지부터 우선 경험부터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 다음에 길을 모색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겠노라고 답을 하고 돌아서는 제자를 보며 가슴 한 편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같은 고민을 필자도 비슷한 시기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 방황도 하며 치열하게 살 길을 모색했던 것 같다. 물론 정답은 그 어디에도 없긴 했었다.

    진로와 진학은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선택의 순간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가 진정 옳은 판단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누구하나 제대로 정답이다, 혹은 그르다고 말해줄 수 없다고 본다. 어찌 되었든 인지하는 것과 경험하는 것이 늘 같을 수도 없을뿐더러, 경험해보면 실제가 예측했던 것과 전혀 다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신의 성향이라는 것도 지금의 확신이 반드시 끝까지 맞는다고 보장할 수 없기도 하다.

    필자의 경우도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당시에는 교육에 대한 확신이 전혀 없었다. 대학시절 싫어하던 과목들 대부분이 교육학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대학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도망치고, 교육과 가장 먼 과목들만 골라 수강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같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자신을 자꾸 돌아보고 반성을 하면서 실은 교육학에 가장 흥미를 느끼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전공을 계속 교육학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그때의 내가 생각했던 것과 지금의 내가 가진 생각이 결코 같을 수 없는 것 같다. 아마 필자의 제자와 같은 고민을 갖게 되는 친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말이다. 다른 세계를 경험해보면, 기존의 길이 맞는다고 느끼거나 혹은 새로 경험하게 된 다른 세계가 자신의 길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고민의 시간은 필요하지만 너무 생각만 길어지면 생산적이지 못하다. 우선 실천 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아니라면,그때 돌아오자. 자신에게 꼭 맞는 길을 찾기 위해서, 그 시기엔 방황도 필요하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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