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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입시를 치르고 명문대에 갔던 아이들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몇몇 아이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저 반수 준비하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뿐 아니라 작년에도 그 전년도에 대학 합격을 했던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이렇게 반수를 선택 하는 것을 보아왔다. 게다가 개중에는 수시로 합격한 사례도 있었는데 그 중에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도 간간히 섞여있었다.처음 대학에 합격했을 때의 기쁨이나 기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마음이 들어서 반수를 택하게 됐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필자도 한 번에 학교에 입학했던 것이 아니다보니 학생들이 원해서 다시 공부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장기간 수시를 준비하며 자신의 꿈과 진로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까지 다시금 입시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분명 어떤 부분에서 원하는 대로 그림이 잘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그 문제점을 파악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게다가 재수와 반수 등을 하게 되면서 손실되는 사회적인 비용들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대체 왜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는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우선, 원치 않는 대학에 간 경우들이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술, 학생부종합, 적성고사 등을 포함한 수시를 통해 합격을 이루었을 지라도 처음에 목표로 했던 대학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처음 목표로 잡아두었던 학교에 재도전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지금의 학교에 다니면서도 결국 후회를 할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정시까지 포함해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바가 있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다. 실제 작년에도 반수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합격한 친구들을 보았다. 절반의 수험생활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그 시간들이 불필요한 낭비가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혹여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자신의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던 학생도 있었다.
반면 대학에 다니다보니 학교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다른 선택을 하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한 학기가 힘들고 괴로움의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아마 밖에서 보던 대학 생활과 안에서 경험해본 대학 생활이 같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친구들에게는 급하게 선택하기보다 좀 더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권하곤 하는데, 다른 학과를 선택해서 가게 된다고 할지라도 이와 유사한 문제에 또 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원래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그리던 대학생활과 실제의 대학생활은 많이 다를 수 있다. 그건 직장생활을 하게 되거나, 다른 사회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비슷할 수 있다. 다만 너무 맞지 않아서 정말 참을 수 없다면 이 또한 한번쯤 다시 다른 학과로 진학을 시도해보라고 하긴 한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냥 한 번 더 도전하겠다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이런 학생들에게는 깊이 생각해보라고 하며 더 강하게 만류를 하는 편이다. 전에 알던 한 친구는 내년이면 수능이 바뀌니 그 전에 한 번 더 치러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좋은 성적이 나오면 다른 학교로 진학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 한 학생들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서 과목 하나의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한번 도전해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당연히 이런 경우엔 공부에 열성을 다 하기가 힘들다.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란 안일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휴학을 할지라도 좋은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반년 동안 제대로 된 수험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대학생활을 하는 것도 아닌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어설프게 둘 다를 놓지 못하고 걸쳐있는 것보다는 좀 더 확실한 동기와 자세가 필요할 듯하다. 대학에서든 수험생활에서든 하나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오지 않겠나.
반수를 선택했다는 것은 만약 실패를 한다고 하더라도 돌아갈 곳에 대한 대비를 해둔 상태에서 도전을 해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돌아갈 곳이 없는 아이들과는 다른 자세로 시험에 임할 확률이 높다. 더 절실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일 년의 반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차라리 대학에서 미래를 위한 현실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반수를 결정했다고 한다면, 무조건 ‘진짜 최선을 다하자’라고 하고 싶다. 내가 다른 학교로 옮길 마음으로 합격을 하는 바람에 나의 자리에 들어가지 못했을 당시의 예비 1, 2번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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