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OO이 된다는 것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5.17 09:54
  • 입학사정관제가 대입 수시의 중심이 되던 시절, 일반적인 우수 학생부와는 다른 기준으로,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생이 곤충소년이라는 유명세와 함께 명문대학교에 합격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다음 해부터 제2, 제3의 곤충소년들이 등장했다. 하나의 합격 사례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대입을 준비했던 것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 학생들은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최초로 등장하였을 때에는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했던 것일지라도 제2, 제3이 되는 순간 더 이상 새롭지도 매력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학 학과나 진로에 관련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지금까지의 인생의 방향을 크게 바꾸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향을 미친다. 이와는 다르게 조금 더 가변성이 큰 특별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 잠시 망설여진다. 최근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라고 얘기하는 직군 중 하나가 래퍼나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랩 배틀 대회가 개최되었고 방송으로 크게 유행했었다. 그 학생들 중에는 고교생활을 이어가지 않고 자퇴를 한 케이스도 있었고, 학교생활 보다는 자신의 꿈인 래퍼가 되기 위해 시간을 쏟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그 분야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연습과 노력을 해 온데다가 출현자 중 대다수가 발군의 실력을 갖춘 터라 참으로 멋지게 보였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공교롭게도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찾겠다는 아이들이 다수 상담을 요청했다. 부모님들의 의견과는 충돌을 하는 중이었고, 필자도 학생과 부모님 가운데서 어느 편의 의견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지 잠시 갈등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 중 하나가 차라리 오디션을 한번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만약 오디션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그 분야에 재능이 있음이 분명한 것이니 꿈을 이루기 위해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기존에 하던 학업에 좀 더 열중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몇 명의 학생들에게 비슷한 제안을 했고, 그 중에 단 한 학생만이 결과적으로 오디션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나머지 학생들은? 오디션 탈락 후 다시 학업에 충실하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합격을 한 학생의 경우에는 부모님들도 아이의 재능을 인정하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시기로 했다.

    이런 사례는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 어렵지 않게 만난다. 꼭 이번과 같이 래퍼나 아이돌과 같은 경우가 아니더라도 특정 시기에 유행처럼 번지는 진로 선호 현상에 대한 우려도 느꼈다. 내가 진짜 잘 하는 것인지, 하고 싶은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지게만 보이는 제2, 제3의 누군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야 알겠지만, 진짜 그 길이 내 길일지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무작정 도전하기엔 이겨내야 할 어려움과 건너야 할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다. 이에 비해 공부의 길은 상대적으로 재능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영역에 있으며 더 많은 선택의 길을 제공해줄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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