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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에 참관수업을 보러 갔다. 어린 아이들을 통솔하며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존경의 마음과 함께 선생님의 고생스러움이 크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학생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한 반에 20명이 넘는 어린 아이들을 동시에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 보였다. 그러면서 문득 직업으로서의 ‘교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요새 부쩍 교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늘었다. 그런데 교사에 대한 꿈과 희망보다는 안정성이 더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학생이 중고등 과목교사보다는 초등교사를 꿈꾸니 말이다. 물론 정말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런 생각을 갖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신의 평생 직업이 될 수 있으니 당연 신중하게 고려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교대에 합격해서 막 초등교사 임용고시를 앞둔 제자로부터의 초등교사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애정 어린 당부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진정 초등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교대로의 진학을 권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자신의 학교는 적성과 잘 맞지 않을 경우 다니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초등교사를 꿈꾸고 온 경우지만, 종종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보면 잘 버티지 못한다고 한다. 이미 진로가 결정되어 있으니 정해진 공부를 순서에 맞게 배워나가는 과정이 편하기도 하지만 때론 답답하다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성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누군가를 가르치는 위치에 있기 위해서는 일종의 ‘사명감’과 함께 ‘가르치는 일’ 자체에 대한 흥미도 필요하다. 만약 그런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당연 대학교 생활을 하며 즐기기 보다는 고군분투를 할 가능성이 많다. 필자의 경우도 대학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부류의 하나였다. 사범대학교에서 사회교육학을 전공했지만, 솔직히 교사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원했었던 것 같다. 당시 학과 이름은 지금처럼 ‘사회교육학’이 아니라 ‘사회생활과’였다. 미국의 ‘social studies’학과 명을 처음 번역한 그대로 들여와 사용하던 터라 일반인이 듣기에는 좀 낯설었던 명칭이기도 했다. 학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여유 없이 말 그대로 ‘점수에 맞게’ 학과를 선택해서 들어갔던 터라 ‘교육학’에 재미가 잘 붙지 않았다. ‘대학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당시의 내 생각은 무척 안일했던 것이다.
덕분에 대학생활 내내 꽤 많은 방황을 했다. 교육을 위한 학문이 갖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았다. 게다가 학과 특성상 사회학에 관련된 학과 공부는 학습해야 할 분량이 많았다. 다양한 내용을 폭넓게 모두 알아야 하는 것이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선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경험할 것이라 생각했던 공부들과는 조금 다른 학과 공부에 당황스러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오랜 시간 교육과 최대한 멀어지려고 노력하기도 했었다. 일반 사범대 출신들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일반 회사의 인턴, 아르바이트, 휴학, 다른 분야의 공부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물론 지금은 좀 후회한다. 이런 방황 끝에 결국 ‘교육’이 가장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아 이 길로 돌아오게 되었지만 남들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버린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특히 초등교육은 하나의 학문을 깊이 있게 파는 것과는 조금 다른 공부를 하게 된다. 일반 대학생활과는 조금 많이 다를 수 있다. 즉 자신이 진짜 초등교사로서의 꿈이 확실하지 않은 채 직업의 안정성만 보고 진학하려 한다면 다시 한 번 고려해보기 바란다. 평생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해하고 사랑으로 가르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시보다 수시로 선발하는 것이 교대로서는 참 적합한 방식인 것 같다. 꿈이 진짜 교사인 학생들을 선발해야 하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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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교사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