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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제자가 아주 건강하게 잘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왔다. 무엇보다 당시 자신이 꿈꾸던 것들을 하나 둘씩 성취해가는 모습이 무척 대견했다. 그래서 칭찬과 함께 가벼운 사담을 나누었는데 점차 대화의 방향이 ‘꿈’을 이루는 길로 향해갔다. 그러다 보니, ‘어떻게 꿈을 이룰까?’라는 질문에 이르렀다. 여기에 제자는 예상외의 명쾌한 답을 내어놓았다.
‘저 고3 때, 꿈을 일기에 써두었어요. 그리고 그 꿈을 꼭 이루려고 해왔나 봐요. 지금 보니 대략 90%는 다 이룬 거 같아요.”
그러면서 늘 소지하고 다닌다는 꿈 리스트를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정말 하나씩 지워가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온 모습이다. 학업과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도 있었고, 소소한 배울 거리와 즐길 거리들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을 하나씩 이룰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지워왔는지 페이지의 끝 단이 너덜대는 모습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몇 번씩 펴보고, 지워왔던 것 같다. 그저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에 머문 것이 아니라,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써라, 쓰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하곤 했는데, 이렇게 성공적인 사례들을 보면 의미가 더 깊게 느껴진다. 게다가 10년 전이라면 지금처럼‘꿈’과 ‘진로’보다는 좀 더 직접적인 ‘진학’에 초점을 맞추었을 시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은 당시 꿈에 대한 목표를 잘 설정해 두었던 것 같다. 당시 꿈을 쓰라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필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뒤늦은 공부를 하던 고3 기간, 지독히도 반복된 스트레스와 슬럼프를 오가던 경험 때문에 공부를 힘들어했던 시기였다. 유독 힘들기만 했던 그 시기를 버티게 해주던 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현재의 위치나 상황 때문에 선뜻 할 수 없는 것들을 적어두었다. 작게는 ‘다이어트’, ‘악기 배우기’같은 것부터 크게는 ‘박사학위’, ‘사업체 열기’ 등의 내용들이 채워졌다. 잠시라도 공부와 관계없는 글을 쓰면서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것이 당시의 소소한 낙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을 하며 그 꿈들을 하나씩 이뤄가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꿈들을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고3은 참 괴로운 시기이다. 공부에 투자하는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도 적지 않지만, 그 이상으로 심리적인 압박감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쉴 수 없음 보다는 쉬어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더 큰 문제다. 실제 고3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심적 고통에 대해 토로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필자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노트에 메모해두기’를 권한다. 당장 할 수 있지만 왠지 죄책감이 들어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작은 일부터, 먼 미래에 이루고픈 큰 포부까지를 다 적어보자. 그러면 그 하나하나가 또 목표가 되고 꿈이 되어 실천과 행동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레그 S. 레이드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꿈을 날짜와 함께 적어 놓으면 목표가 되고, 목표를 잘게 나누면 계획이 되며,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꿈이 실현된다.’ 이 말 그대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기록해보자. 특히 당장 이도 저도 못하는 위치의 수험생이라면 더더욱 해보길 권한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써라, 쓰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