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자퇴하지 말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1.25 10:03
  • “자퇴하고 싶어요.”

    얼마 전 상담 중에 들은 학생의 말에 잠시 귀를 의심했다. 학생인 시기에 누가 한번쯤 자퇴를 생각 안 해봤을까? 공부하기 싫고, 경쟁에서 도망가고픈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런 주제는 종종 접하게 되기도 하거니와, 꽤 익숙한 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경우엔 말을 꺼낸 이가 평소와 달랐다. 아이의 부모님의 얘기였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자녀의 ‘자퇴’를 입에 올리는 경우는 대체로 아이의 학교 생활 적응이나 인간관계에서의 문제가 주였다. 그런데, 상담을 받는 학생에게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사교적인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까?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가 여쭈었다. 이유는 역시 조금 다른 측면의 문제에 닿아있었다. 성적 혹은 입시전략 때문이란다. 좁은 정시의 문, 어려운 내신 등급 따기 등으로 인한 대책마련이었다.

    “그냥 그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하면 더 성적이 많이 오르지 않을까요?”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필자의 반문에 학부모님이 당황하는 빛을 비쳤다. 부정적인 답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성적 때문에 자퇴를 고려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또 아니다. 과거 97년쯤, 외고와 과학고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자퇴를 했던 사건도 있었다. 물론 당시 상황 이면엔 사전 예고제가 적용되지 않아 입학 때와 달라진 입시전형을 접해야 했던 비합리성이 있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내신 성적을 제대로 못 받을 바에는 수능으로 비교내신을 적용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있었다. 이외에도 정시가 대세이던 시절, 서울대 진학을 준비하며 높은 내신의 벽을 피하기 위한 목적의 자퇴자들이 있긴 했었다. 그런데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건대 지금은 최대한 ‘자퇴’만은 피하라고 권한다.

    일단 전과 달리 수능 정시로 입시를 치르게 될 경우, 내신의 영향력이 과거와 다르게 거의 없다. 수능만 잘 봐도 내신 영향 없이 입학이 가능한 정도의 반영비율이다. 따라서 정시를 노린다면 굳이 자퇴의 이유가 없다. 학교생활이 방해가 된다는 입장도 있긴 한데, 필자는 이 부분에 특히 더 공감하지 않는다. 만약 학교에 다니지 않아 시간이 많다면, 정말 생각만큼 공부를 제대로 많이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찌 되었든 일정한 시스템 안의 생활 패턴 속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생활 습관은 쉽게 망가질 수 있다. 시간이 많다고 그만큼 공부를 제대로 많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이 하는 공부에 대해 지극히 단편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이라고 보인다.

    실제 내신 시험을 대비하며 짧은 시간 깊이 있게 공부를 했던 경험들이 모여서 수능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절대적인 시간보다 절대적인 집중력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 시간이 많다고 그만큼 더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대일로 성립되는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공부를 하는 ‘과정’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학교를 다니면서 만나는 친구들과 같은 집단 안에서 공유하게 되는 경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힘든 시기를 참고 견디는 과정도 삶을 위한 공부의 하나다. 수능을 잘 봐서, 입시에 성공해서 ‘좋은 대학을 갔다’라는 결과만이 공부의 목표라고 한다면 허무할 것 같다. 그 과정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시간들에도 의미를 가져보자. ‘자퇴’가 입시를 위한 전략으로 썩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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