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유망한 직업이래요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7.01.04 10:41
  • 정시 입시상담이 마무리되었다. 올해도 다채로운 사례들이 존재했다. 예상치 못한 점수에 당황하던 아이부터 제 성적을 받아 기쁘게 자신이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입시상담에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힘들지만 하고 나면 세상에 대해 더 많이 배웠던 시간이라고 느끼는 것도 바로 입시라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또 입시라는 것은 참 예민하다. 시대와 상황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잘 받아들이는 분야인 것 같다. 매해 시대적인 상황과 요구에 따라 선호하는 학과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올해는 그런 차이를 유독 많이 느끼기도 했다. 일전에는 입시상담을 하면서 ‘학교’만 보던 경우가 더 많았다면, 이제는 ‘학과’만 고집하는 것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한 학생이 유독 이런 면이 강했다. 아이는 적극적인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주어진 것은 성실히 해내는 성실성을 가졌다. 공부를 썩 하는 편이지만 눈에 띄게 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가끔 운이 좋으면 1~2등급을 받기도 하지만, 이 성적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운’의 작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수능을 보았는데, 점수도 그저 그런 무난한 성적대를 받아왔다. 인 서울 대학교의 인문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좀 다른 선택을 했다. ‘간호’ 를 배우기 위해 학교 이름보다는 실제로 병원이 있는 학교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가기를 선택했다.

    이번 입시를 거치며 전보다 눈에 많이 띄었던 사례들은 대체로 이런 패턴이었다. 학교보다는 졸업 후 취업이 좀 더 유리한 학과를 찾아 보는 것이었다. 요구 사항도 아주 명확했고 학과명도 정확했다. 이건 비단 한둘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그래서 선호하는 학과의 예상 점수도 대부분 취업과 관련성이 있어 보였다. 특히 이를 대표하는 학과가 의예과나 초등교육이라고 보인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학과가 되었고, 아무나 갈 수 없는 학과가 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 직업이 ‘유망한가’에 따라 달린 것이기도 하다. 일견 이해가 되면서도 씁쓸함도 느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공부하면 유망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가?’ 라는 질문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유망한 직업’을 위해서 학과 진학을 꿈꾸는 것은 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입시는 참 민감하다. 즉, 매해 같지 않고 또 변화하더라. 마치 그 ‘유망한 직업’이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말이다. 지금 유망하다고 또 앞으로도 변화 없이 그 위치를 유지할까?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키워드 중 하나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였다. 또 미래가 어찌 변화할지 모른다. 지금과 미래가 같지 않을 수 있다. 직업으로서의 미래만 보고 선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더라도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직업’만 보고하기에 우리는 아직 ‘미래’를 잘 모르지 않는가? 직업, 흥미, 적성 그 모든 것들을 다 고려해주면 좋겠다.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인가? 그렇지만 정말 우리는 미래를 모른다. 오늘 있던 직업이 내일 사라질지, 흥할지 말이다. 그래서 이왕 하는 거, 그냥 좋아하는 것 해도 괜찮지 않을까? 작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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