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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수생이라는 말이 있다. 재수를 넘어 몇 차례 더 수능에 응시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수능 덕분인지 주변에서 적지 않게 재수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심심치 않게 삼수, 사수생도 접할 수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만난 아이들 중 가장 많이 도전한 사례는 8수에 이르도록 도전을 했던 K였다. 이유는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목적을 이루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조금만 더 하면, 목표한 성적이 달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듯 하다.
8수를 했던 이 학생은 결국 진학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원했던 학교에는 결국 진학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의 노력이 빛을 보지 못했지만, 한번 지나가 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 동기들과의 학교생활도 쉽지 않아 했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한 채 다른 취업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례는 생각보다 자주 보는 편이다. 특히 의대입시를 노리던 아이들 중에는 의대 진학을 ‘무한도전’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도 의사만 되면 된다는 마음에서다. 물론 잘되면 너무 좋다. 문제는 목표처럼 안 되었을 때의 후폭풍이다. ‘만약 안 된다면?’을 생각해보는가? 묻고 싶다.
인생의 목표를 뚜렷하게 정해두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직진하는 것은 무척 좋다. ‘배수진을 치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것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은 분명 크다. 하지만,때로는 이런 직진 정신은 독이 되기도 한다. 앞에 제시된 사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실제 얼마 전에 입시상담 때문에 만난 한 학생도 그랬다. 올해로 5번째 도전하는 의대 입시에 아주 적은 점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수 있는 위치였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매해 같은 점수대를 기록했다고 한다.수능을 잘 봐서, 한 번에 최상위 레벨의 학교를 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학생은 5년의 시간을 온 힘을 다 해서 공부에 쏟아 부었다. 올해 운이 좋아서 잘 붙을 수도 있지만,혹시 안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계획을 짜서 대응해야 실패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체로 여러 차례 이를 악물고 도전하는 친구들은 이 플랜 B를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 안에서 자꾸 도전하고 또 하고를 반복하는 경험을 한다. 과연 이게 인생의 큰 그림을 보는 과정에서 올바른 것인가? 성공하면 좋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의미 없는 시간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인생의 그림을 단 하나의 플랜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되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플랜 B를 마련해두자. 그래야만 인생을 통틀어 볼 때 실수는 있지만, 실패는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 다음, 혹은 그 다음을 그리는 큰 그림이 있으니 말이다. 단 하나의 목표만 갖고 있다면 그 후의 여러 가능성을 조금은 생각해보자. 예측한 대로만 흐르는 것이 삶은 아니니 말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플랜 B를 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