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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니?”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는 거니, 아니면 말하기 싫은 거니?”
“……”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겪었던 일화 중 하나다. 요즘은 꿈과 진로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아이들에게 저렇게 질문을 자주 하곤 한다. 미래에 대한 진로와 동기가 있어야 스스로 학습을 하는 힘을 갖게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혹은 단순히 시켜서하는 공부보다는 보다 큰 꿈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대답을 못한다. 아직 명확한 꿈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앞의 사례에 등장했던 학생은 대답을 안 했던 경우였는데 결국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자신은 꿈이 없는 게 아니라, 말하기 부끄러웠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학생은 실은 언론홍보학과에 진학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자신이 가고 싶어 하던 A대학교의 언론홍보학과는 유독 점수가 높았다. 그걸 미리 알게 된 후 아이는 자신의 능력부족을 알고 좌절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 모습을 말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의 꽤 많은 수는 꿈이 없기보다는 그 꿈을 말하기 부끄러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아주 어린 아이보다는 조금씩 커가면서 이런 양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아직 꿈에 대해서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꿈을 이루지 못할 거라는 걱정도, 두려움도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말이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아이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라고만 말하는 것은 미덥지 못할 것 같았다. 목표에 비해 많이 부족한 성적임에도 단순히 ‘꿈을 가져!’라는 말 하나로 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였다.
일단, 공부를 놓지 말고 하자고 말을 했다. 끝까지 해보면서 A대학은 아니더라도 B, C대학 등 다른 대학의 언롱홍보학과를 선택해서 공부를 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공부를 하면 분명 그 이상의 성과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 했다. 아이는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꿈이 없다’는 변명을 선택하기 보다는 그 방향성대로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K야, 우리 솔직히 대화해보자. 꿈이 없는 게 아니라 꿈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거니? 꿈이 없는 사람은 드물어. 그것보다 자기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면, 지금부터 자신을 만들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피하지 말고, 지금부터 하면 된단다.”
꿈이 없다는 말의 또 다른 의미 중 하나는 ‘자신이 없다’이기도 하다. 꿈이 없는 아이들, 진짜 꿈이 없는 것일까?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꿈을 갖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공부를 잘해서 꿈을 갖게 되기도 한다. 만약 자신이 없어서 꿈이 없다면, 자신을 갖도록 해주자. 즉, 공부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그러면 아마도 자연스레 ‘저의 꿈은요……’라는 말을 먼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저는 꿈이 없어요’의 또 다른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