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진로∙진학 컨설팅] 대학교 입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2.07 09:44
  • “선생님, 도대체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왜? 과가 잘 안 맞니?”

    “네…… 그냥 일단 합격하고 다니긴 했는데, 잘 안 맞았어요. 그래서 다른 과목 많이 듣긴 했는데, 벌써 3학년이라서요. 내년에 졸업반인데 이제 어떻게 하죠?”

    A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참 똘똘하고 야무진 학생이었다. 누가 봐도 모범생이었던 A는 그런데 ‘꿈’이 없었다. 당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얼마 전 필자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하소연을 했다. 대학에 진학을 해서 다니긴 했는데, 도통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 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A의 이야기를 들으며 돌이켜 보니 당시 아이는 수시로 원하는 대학에 무난하게 합격할 정도의 좋은 내신 성적과 비교과 활동이 있었다. 단, 눈에 확 띄는 특징이 없긴 했었다.

    A는 공부도 활동도 두루두루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꿈을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하는 활동은 부족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활동들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잘못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어정쩡한 모습이긴 했다. 무엇보다 성적이 아주 우수했기 때문에 대학교 입학에 큰 무리는 없었다. 문제는 대학 진학 이후였다.

    고교 때 꿈을 찾지 못했던 A는 대학교에 가서 큰 장애물을 만났다. 고교 때처럼 두루두루 잘하는 인재가 대우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학과의 핵심 과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이 더 우수하다는 평을 듣기 때문이었다.

    학점이 그래서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학과 공부에 아주 우수한 아이들을 따라잡기에는 국어, 영어, 수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 두루두루 무난했던 A의 기존 공부스타일로는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목표를 갖고 해당 학과에 진학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꿈에 대한 목적성을 가진 아이들의 열정에 비해 자신의 열정이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고 한다. 결국 우수학생이었다는 말이 무색하게도 A는 대학에서 방황으로 3년의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대학교에 가면, 뭐가 그냥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A의 말에 솔직히 해줄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었다. 차라리 방황의 시간에 좀 더 자신의 적성이라든가 진로를 찾으려고 노력이라도 했다면, 전과나 편입과 같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아이와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결국 국가고시를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꿈을 갖고 시험을 준비하면 더 좋겠지만, 선택의 폭이 없는 상태에서의 결론이라 안타까움이 있었다. A는 다시 치열한 공부의 세계로 돌입했다. 다시 수능과 내신 공부를 하던 고교생활처럼 치열하게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대학교에 가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긴 안목을 갖고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을 A는 많이 아쉬워했다. 분명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끝은 아니다. 이는 곧 더 공부를 깊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치열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대학을 선택하고 진학하는가? 적어도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제2, 제3의 A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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