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나의 약점을 언급하라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1.09 09:51
  • 꼭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말을 잘 하는 친구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건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높은 내신 성적은 물론이고, 성실하고 알찬 학교생활기록부에 잘 쓴 자기소개서. 모든 것이 우수해 보이는 학생이 있었다. 서류만으로 보면 합격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그런데 아이를 만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높은 기대감은 오히려 더 큰 실망감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었다.

    아이는 지독히 말이 없었다. 질문을 하면 그 답을 들을 때까지 한참을 참고 기다려주어야만 했다. 원래 말이 없는 성격에 자신이 생각했던 범주의 이야기가 아닌 경우 답을 선뜻 꺼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견 아이가 신중한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답답함이 느껴졌다. 질문에 바로 답을 하거나 어떤 말이라도 좀 많이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의 침묵과 느릿한 반응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니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단시간에 아이의 성격이나 성향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차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종용해도, 아이는 쉽게 입을 떼지도, 듣기 좋은 매끄러운 대답을 하지도 못 했다. 침묵의 시간이 길어졌고, 시간이 아깝게 흘러갔다. 그래서 당장 말을 많이 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것보다는 조금 다른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면접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떨어지겠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리고, 아이에게 어떤 말이든 천천히 말을 하더라도 일단 표현을 바란다고 알렸다. 그리고 몇 번의 연습 끝에 기약 없는 침묵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느리고 수동적인 아이의 대답에서, 제대로 자신의 뜻을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일을 통해 이런 유사 케이스의 아이들에게는 자기소개서에 특별한 문구가 한 줄 더 붙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이 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한 줄 말이다.

    말을 잘 한다고 그 사람이 똑똑하고 사고가 깊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또 말을 잘 못하면 그 사실을 입증해낼 수가 없다. 이건 하나의 딜레마다. 둘 다 고르게 잘 하는 친구들이 오늘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가까울 수 있겠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적합한 능력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면, 획일화된 기준으로는 오히려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좀 더 명확한 판단이 가능한 여러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일단 지금은 기존에 정해져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자신을 최대한 제대로 보이려 노력해야만 한다.

    말을 잘 못하더라도 잘 해보려 연습하고, 글을 잘 못 쓰더라도 여러 번 고쳐 쓰면서 최선을 다 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점의 극복이 힘들다면 이번엔 솔직하게 밝히는 것을 권한다. 전략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언급하고 다른 것에 비해 부족한 부분임을 밝히자. 물론 너무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 선에서 말이다. 높은 기대감에 큰 실망감을 주는 것보다, 부족한 부분을 미리 알려주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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