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조급한 마음이 엉성한 글을 만든다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10.26 14:53
  • 고입 자기소개서를 보다 보면, 아이들의 급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시간에 쫓기며 빨리빨리 토해내듯 쓴 글이라는 게 유독 눈에 띄게 티가 나는 글들이 있다. 비단, 이것이 중학생들의 어려움이라 한정할 수 있겠냐 싶지만 자기소개서를 처음 접하게 되는 고입 자소서에서 이런 면이 많이 보인다. 글을 쓰는 이의 급한 마음은 글에 정말 잘 드러날 뿐 아니라 매력도를 떨어트리기 마련이다.

    글이 급하다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급한 글이란 대체 어떤 글일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무턱대고 ‘본론’부터 말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일례로 들어보겠다.

    ‘설문조사를 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제를 정해 나가서 질문을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질문에 답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작은 선물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그 후 간식을 포장해서 설문에 응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자 적극적으로 설문에 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떤 주제인지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어렵고 힘들었던 자신의 설문조사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를 인지하였고 이를 극복해서 해결했으며, 그 과정에서 배웠거나 느꼈던 내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 굉장히 조급함을 느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느라 정작 중요한 핵심 내용은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괄식으로 중요한 내용을 먼저 제시하라고 하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기 때문인지 이런 부분에서의 실수는 전보다 많이 보이진 않는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 조급한 마음이 글의 엉성함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위의 글에서는 대체 어떤 주제로 어떤 설문을 했는지를 알 수 없다. 활동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그래서 무척 중요하다. 앞의 학생이 조사한 설문조사의 주제는 ‘실제 사용하는 앱의 개수’였다. 그렇다면, 설문조사의 어려움에 앞서서 어떤 설문조사를 했다는 것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주제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래야 자신의 진로와 진학에 대한 연결성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설문조사는 당연 어렵다. 스스로도 그 어려움을 겪으며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그 어려움부터 언급하는 형태는 좋은 글이 아니라 조급한 글이다.

    ‘실제 사용하는 앱의 개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게 되었다. 빅데이터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기존에 나온 통계수치가 실제로도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생략)

    조급한 마음이 실수를 만들고, 실수가 엉성함을 만든다. 급하게 완성한 글이 탄탄하기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누락되고 빼먹은 핵심 내용이 있지는 않은 지 찬찬히 여유를 가지고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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