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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것은 늘 어렵다. 혼자서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이리저리 써보아도 만족도가 높은 글이 나오기 쉽지 않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스로 여러 차례 수정을 하는 것이다. 실제 합격생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다양한 성공사례를 보았을 때도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다듬었던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는 말을 대부분 하곤 했다. 처음 쓴 글과 마지막 쓴 글의 차이는 몇번의 수정 작업이 있었느냐에 따라 매우 크다.
전에 한 학생은 19번의 수정작업을 하기도 했다. 처음 보았던 글과 마지막 19번째의 글은 당연히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렸던 그 학생의 완성된 자기소개서는 필자의 눈에도 아주 수준 높고 세련된 글이었다. 스스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한 만큼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추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의 방법은 현실적으로 시행하기에 몇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너무 긴 시간을 자기소개서에 매여 있어야만 한다. 시간이 한정적인 수험생 친구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 수 차례 고쳐도 제자리 걸음일 수도 있다. 글쓰기 능력이 그리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퇴고가 좋은 대안이라 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읽어주는 사람들이다. 대략 자신이 수정한 글을 읽어주는 2~3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어서, 그 글을 읽고 평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타인이 읽을 때의 느낌도 알고, 제대로 글에 대한 지적을 해줄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읽고 판단하는 것으로 올 수 있는 문제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읽어주는 집단을 두는 것은 꽤 효과적이다.
이때 읽어주는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을 선택하기 바란다. 입학을 좌우하는 평가자들은 학생들보다 나이가 있는 분들이다. 이를 감안해서 어른의 시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나를 잘 아는 사람,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적절히 섞여있으면 좋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내가 놓친 장점들을 오히려 알려주고 글에 빠진 중요한 것들을 확인해서 내용을 다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글을 볼 수 있다. 설명적이지 못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낯선 이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 객관적인 평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대체로 부모님이거나 담임 선생님인 경우가 많다. 혼자 끙끙거리고 쓰는 것보다 조금 부끄럽더라도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모님께 글을 보여드리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은 교과 선생님이나 학교의 국어 선생님 등이 좋다. 일단 문법에 있는 오류나 호응이 잘 맞지 않은 문장들도 고쳐주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시각에서 학생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방법에도 문제점은 있다. 모두 의견이 다를 때 어느 의견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어디까지나 타인의 의견은 참고의 선에 머물러야만 한다. 누구의 조언을 받든, 자신의 글의 주인은 하나다. 많은 조언은 듣고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 귀담아 듣기 바란다. 너무 세세한 것이나 한 사람만 주장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의견과 반드시 다시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무조건 남의 의견에 따라 고치는 글은 오히려 낯설고 예쁘지 않을 수 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읽고 조언하는 사람은 2~3명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