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비슷하다는 것의 위험함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3.09 14:51
  • 학생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서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그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에요?”라는 것이다. 그런데 참 대답을 하기가 애매하다. 말 그대로 ‘종합’이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이 모든 측면이 중요하다. 내신은 말할 것도 없고, 창의체험활동 및 수상도 중요하다. 여기에 독서활동도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러나 집요한 아이들의 질문은 계속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딱 하나만 콕 집어서 말해달라고 말이다. 당황스럽다.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명하지만, 끝까지 답을 듣고자 하는 아이들의 의지를 꺾기 어렵기도 하다. 그러면 고심 끝에, “만약 다 비슷비슷하면, ‘진로희망’란을 좀 잘 보렴.”하곤 한다.

    전에 만난 학생 중 한 명은 원래 꿈이 ‘초등교사’였다. 그런데 알다시피, 교대는 내신이 무척 중요하다. 그 학생의 내신 성적으로는 안정적으로 합격이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좀 많이 어려워 보였다. 그래서 아이는 학과를 바꿔 일반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사범대학교의 학과를 지원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 두 진로는 얼핏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 다른 과정이다. 같은 선생님이어도 초등교사와 중고등교사는 엄연히 다른 직업인 것이다. 아이는 이런 차이에 대해 특별히 고민해보지 않고 같은 ‘선생님’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만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이것부터 바로 잡는 것이 필요해 아이에게 초등교사와 중고등교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명확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진로과정과 학과에서의 차이점 역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요즘 진로희망란에는 예전처럼 단순히 ‘교사’라고만 채우면 안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의 교사가 되기를 원하는가까지 구체적으로 쓰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게 전공적합성을 확실히 드러내기에 좋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 ‘초등교사’였다가 갑자기 일반 과목 교사로 진로를 바꾸는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이런 실수는 꽤 많은 학생들이 한다. 아직 진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진로들에 대해서는 정말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 분야의 전공에서는 그런 오해에 생각보다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오해를 싫어하기도 하다. ‘교사면 다 같은 것 아니야?’ 라는 인식을 싫어하는 것과 같다. 전에 건축학과를 지망하던 아이가 건설에 집중을 하던 오류를 본 적이 있다. 건축학과에서 건축과 건설과의 차이점을 얼마나 강조하는 지 안다면, 쉽사리 쓰기 어려운 표현들을 쓴 것이다. 미학과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술사와 헷갈려 종종 이 두 학과의 특징을 섞어서 지원동기에 녹이는 경우를 봤다. 각 전공 분야에서는 각각의 영역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고 이들간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기 때문에 이런 무분별한 혼용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름’에 주목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오히려 어설프게 다른 것을 구별하지 못했을 때 오는 실수들을 줄이기 위함이다. ‘다름’을 알게 되면, 디테일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이 전공과 진로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내가 목표로 하는 학과가 있다면, 비슷한 학과와 구별을 명확히 하고 ‘다른 학과와의 차이점’을 깨닫기 위해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