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인생의 타임라인 그리기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6.02.24 09:36
  • 전에 한 학생을 지도하며 시켰던 일이 있다. 인생의 타임라인을 미리 그려보라는 것을 시켰다. 나이는 90살까지로 정해두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이에게 자신의 미래를 한번 써보자고 했다. 처음엔 머뭇거렸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다. 처음 써온 것은 장난이 반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 다듬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점차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했다. 서서히 너무 비현실적이기만 했던 계획들이 자세한 모양과 현실성들을 갖추었다. 그러자 아이도 마치 자신의 미래라는 생각을 한 듯 그에 맞는 준비도 차곡차곡해가게 되었다. 이 아이는 결국 수시로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인과관계를 따져서 봤을 때, 타임라인을 그렸기 때문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다 정확히 인지했다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수시로 학교를 가야 하는 입장에서 성적과 진로를 위한 준비, 비교과 활동이 막연한 아이들에게는 한 번쯤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언급한 학생은 ‘정치가’가 되고자 했다. 그래서 모든 꿈은 40대에 정치인이 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방향으로 흘렀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해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무지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자신의 꿈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활동들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실제 경제학과를 가고자 하던 학생이 ‘합창부’ 활동을 고교 시절 내내 정말 열심히 했던 기록을 가져왔던 것을 보기도 했다. 물론 하나의 목표를 정해두고 그에 한정한 활동만 하라고는 권하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이 때론 득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너무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경험들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그려두고 모든 활동이 그 미래를 위한 길로 맥락을 갖고 흐른다면, 이 또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냥 좋아서’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가를 해야 하는 분야라면 더더욱 그렇다. 앞에 부정적인 예로 제시된 ‘합창부’도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에 있을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 의미를 갖고 했던 일이라면 당연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타임라인을 그리기 위해서는 기점이 되는 나이별로 포인트를 찍어두고 설명을 적는다. 앞의 학생은 20살에 대학교 입학, 22살에 군대 입대, 24살에 복학, 26살에 대학교 졸업이라는 큰 포인트를 써두고 그 사이에 아주 자세한 자신의 계획들을 써두었다. 학생회에 출마한다든가, 정당원으로 활동한다든가 등의 설명들을 깨알같이 적어두었다. 생각보다 너무 자세한 타임라인에 정작 시켰던 필자도 놀라긴 했었다. 아이는 자기가 그리는 큰 그림 안에 작은 활동들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아이는 인터넷 자료 등을 찾아가며 지식의 범위를 넓혀 이미 필요한 것들을 훤히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자신의 미래를 자기가 적어가면서 무엇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고 필요하게 될지를 깨달았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기소개서는 당장의 글쓰기보다 그것을 위한 준비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준비가 안된 글은 쓸 수가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면, 이렇게 미래를 우선 그려보고 시작해보라 하고자 한다. ‘무엇을’, ‘어떻게’가 생각보다 훤히 머릿속에 떠오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