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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라는 만화가 있다. 파란 피부를 가진 작은 종족들이 마을을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내용이다. 여기에 주인공들인 스머프라는 종족의 구성원들은 각자가 여러 성격의 인간형을 대변하고 있다. 허영심이 많은 캐릭터, 늘 투덜대기만 하는 캐릭터, 똘똘한 척하는 캐릭터 등등 다양한 성품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화해 등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매회 펼쳐진다. 그중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는 똘똘이 스머프의 잘난 척이다.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거나 설교를 늘어놓고, 자기가 최고라는 밉살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종종 듣기 싫다는 반응으로 다른 스머프들에 의해 혼이 나곤 한다.
사람의 심리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사는 유형과 그렇지 못한 유형의 일반성은 존재한다. 즉, 인기가 있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언가 그 바탕에 사람들의 호불호를 가르는 기본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잘난 척은 아무래도 불호를 유발하는 요소의 하나일 수 있다.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불호를 낳을 수 있는 잘난 척일 것이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상위 학교를 노리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정말 면면이 다 우수하다. 세상에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어디에 있다 튀어나왔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활동과 내신 성적, 수상 실적 등을 자랑한다. 이미 너무 잘난 아이들이다 보니, 잘난 체할 것도 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이런 잘난 점을 가끔 잘 표현하지 못한 경우, 매력도가 떨어지곤 한다.
지난해에 만났던 학생 중 한 명은 정말 우수한 성적에 우수한 활동을 자랑했었다. 그냥 한 번에 서류를 봐도 매우 잘난 이 친구의 자기소개서는 그런데 되려 매력이 없었다. 뭔가 잘난 자신을 너무나 더 드러내려고 하는 바람에 살짝 반감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글은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곤 한다. 누가 봐도 칭찬할만한 자신의 성과를 자신이 자화자찬하니 생기는 부작용이라 여겨졌다.
OO은 그래도 내가 했던 활동 중에 가장 흥미를 갖고 했던 일이다. 어려운 경시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다른 부원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을 종종 내가 풀어서 알려줬다. 그러면 같이 공부도 되고 고난도 문제를 풀며 쾌감을 느꼈다.
종합적 평가라, 다차원 검토를 하므로 이미 이 학생의 우수한 성적도 잘 알고 있고, 수상 내역도 잘 알고 있는데 이런 아이의 문체는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겸손함’을 깔고 글을 써보자고 설득했다. 고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는 자기소개서로는 무척 부적절해 보이는 면이 많았다. 학교에서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학생을 뽑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 우수성 등만을 보고자 함이 아님을 명시해야 한다. 글 쓰는 법을 몰랐다면. 다시 써보자.
가장 흥미를 갖고 참여했던 것은 OO입니다. 주로 고난도 수학 문제들을 부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효과적 풀이 방법을 찾는 활동이었습니다. 혼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를 여럿이 힘을 보태어 같이 푼 경험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며, 그 과정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약간의 겸손함이 더해진다면, 우수하면서도 매력적인 학생임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글이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타인을 대입해서 다시 한번 보자. 잘나 보이는가? 아니면, 좀 잘난 체에 가까운가?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잘난 체 하지 않고 장점을 말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