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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다. 이건 온전히 선생님의 판단의 기록으로 인해 결정된다. 학생들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다 보니, 당연히 학교생활기록부를 학생의 의지로 구성해서 서류로 드라마를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교생활에 충실한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할 것이다. 실제 우수 합격 사례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충실히 생활했고, 활동도 무척 알찼다. 당연히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 한양대에 합격한 학생 같은 경우도, 학교생활만 정말 충실히 했다. 아무런 기대 없이 넣었던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합격의 쾌거를 누렸던 것도 모두 같은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런 사례들은 이미 선택의 여지나 학생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조치가 없다. 그저 선생님께서 나를 알아봐 주셔서 잘 써주셨기를 바라는 수밖에.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전형인 학교 같은 경우는 그래도 약간의 여지는 있다. 서류 상에는 표현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스펙 같은 화려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결과 중심으로 서술된 서류 상에 담아내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이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잘 대처하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학생부에 정확히 기술되어 있는 것들을 풀어내는 것보다는 좀 깊게 서술되어있지 않은 이야기를 담는 것이 더 좋다. 기계공학과에 합격했던 학생의 사례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친구는 나름 활동을 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서류상으로 꽤 우수한 편에 들었다. 그렇지만, 동아리 장이나, 학급 임원 등을 한 기록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직책이 없으면,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렇지 않아 불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일원으로 참여했더라도 그 이면의 자신의 스토리를 써보라고 했다. 몇 주 지나 아이가 써온 자기소개서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동아리 활동과 학교 내 경시대회에 참여했던 내용이 소상히 적혀있었다. 단순히 사실 나열이 아니라, 정말 자신의 ‘스토리’임이 드러나는 잘 쓰인 글이었다. 수상에 실패했던 경험을 먼저 쓰고,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과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까지의 기록이 생생히 적혀있었다. 종종 아이들에게 듣는 말 중 하나가, 경시대회에 참여는 많이 했는데, 수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험도 감추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깨달은 바를 기술하는 방식은 아이를 잘 이해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또 동아리 대표 등을 맡은 것은 아니지만, 동아리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무척 자세히 그려냈다. 너무 많은 직책을 가진 경우 종종 직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곤 하는데, 아이는 자신은 동아리의 부원이었지만, 자신의 가입 이유와 활동까지 과학 지식과 연결되어 쓰면서 학과 적합성을 드러냈다.
서류상에 드러난 모습보다도 더 좋아 보였다. 학생부 자체도 괜찮았는데, 훨씬 의미 있게 자신을 잘 나타낸 글은 플러스 요소였다. 결국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교에 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서류에 있는 것이 전부라면 아이들에 따라 여지가 없음이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서의 역할은 이런 학생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지어내지는 말되, 상세한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자. 늘 이야기하듯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서류에는 없는 나만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