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읽고 싶은 글을 쓰는 것
조선에듀
기사입력 2015.12.30 09:34
  • 단시간에 비슷한 구조를 가진 글을 여러 개를 읽다 보면 ‘피로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글을 흥미와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 좋은 성과를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이건 참 어렵다. 누군가 나를 설명하는 글을 흥미를 갖고 읽게 만드는 힘은 과연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늘 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조언을 하면 꽤 많은 아이들이 하는 말이다. “말은 쉬운데, 그게 저희는 쉽지 않아요.”

    잘 쓴 글이 좋은 글이 수는 있는데, 잘 쓴 글이 좋은 자기소개서는 아니다. 이 두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잘 쓴 글의 정의를 알려주곤 한다. 한때 노벨 문학상 수상작들을 빌려주며 읽어오길 권했는데, 학생들이 참 힘들어했다. 솔직히 필자도 종종 그 심오한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수상을 통해 입증했듯 참 좋은 글인데 말이다. 반면. 우리가 쉽게 읽히고 이해된다는 글들이 잘 쓴 글이 아닌 것들도 많다. 문학작품이 아닌 이상, 그렇게 자신의 수준 이상의 질을 갖출 필요가 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잘 읽힐 수 있는 글로 쓰도록 하는 것이다.

    읽고 싶은 글의 가장 결정적인 조건은 내용이다. 글을 쓰는 형식은 엄밀히 말하면, 부차적 문제이다. 실제 학생들이 써온 글을 보면, 종종 그 마무리가 어색하고 연결이 부자연스러워도 무척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글들이 있다. 반면, 그와 달리 나무랄 데 없는 잘 쓴 글인데, 재미가 썩 없는 것도 있다. 내용이 재미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것은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활동이나 에피소드가 뭔가 특별해서는 아니다. 그저 어떤 내용을 선택해서 구성해나갔느냐가 관건이다.

    학생들 입장에서 활동이 색다르기란 쉽지 않다. 할 수 있는 학교 활동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소재의 차이가 범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용을 선택해서 달라질 수 있게 하느냐? 제일 개성을 담아 다를 수 있는 부분은 ‘느낀 점’이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보면 의도, 생각, 꿈 등의 추상적인 자신의 내면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생각이 재미있고 창의적이고 느낀 점이 예측 가능한 범주의 방향성을 따라가는 ‘뻔하다’는 글이 아닌 경우에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읽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그렇다고 창의적이게 꾸미라는 것은 아니다.

    취향이라는 것, 혹은 개인의 생각은 모두 다 다르다. 우리 모두는 무척 다른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틀 안에 자꾸 가두고 형태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자기소개서의 경우는 ‘잘 보이기 위해’ 서 말이다. 그런 글이 대체로 재미가 없다. 물론, 무형식으로 수필 같은 글을 쓰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진짜 자기 이야기가 들어갔는지, 아닌지에 따라 ‘재미’는 갈린다.

    하루에 수 편의 글을 보았던 날, 마지막 글을 내려놓으며 든 생각이다. ‘대체 누구였더라?’ 인상적이지 못한 글들의 연속이었다. 무척 우수한 아이들이었는데도 모두 정말 모범적이라고 할만한 활동과 글이었음에도, ‘읽고 싶은’ 글을 쓰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 했다. 자기소개서는 모범답안이 없다. 왜냐면 그 주제인 ‘자기’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자기’를 비슷하게 만들면서 글이 재미가 없어진다. 정말 자신의 이야기를 잘 쓰려 들지 말고 풀어서 써보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글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다 그렇게 소중하고 주옥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전에 필자가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대여하러 다니며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요새 가장 인기 있는 드레스는 어떤 것인가요?”라는 필자의 물음에 담당자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백인백색입니다. 모두가 다 다릅니다. 그게 정상이지요?” 그 말이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우리 모두는 다 다르다. 글도 당연히 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