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절제되지 않은 감정어 사용을 자주 보게 된다. 그것도 좀 극단적인 표현이 많다. 예를 들어서, ‘놀라운 성과’ 혹은 ‘충격적이다’라는 등의 표현이다. 아무래도 평상시 의사소통을 하면서 강한 표현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글로도 나타나는 것 같다. 필자도 그렇다. 글과 일상생활의 구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걸 분리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생각을 수차례 하고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감정어의 남발은 썩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특히 자기소개서에서는 말이다.
얼마 전 만난 한 학생의 대입자기소개서 1번 항목의 예를 들어보자. 학습경험과 노력,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한 서술이 다음과 같았다.
한껏 기대를 했던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받은 성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수학은 70점대를 기록해 좌절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공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문제점을 무엇인지 알아보니, 문제집 풀이에만 치우친 공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략) 그렇게 공부방법을 바꾸고 나니, 공부에 자신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기말고사에서 1등급을 받아 교과우수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위의 글을 보면, ‘충격적’이라는 것과 ‘좌절’, ‘놀라운 성과’라는 표현이 보인다. 학생의 의도도 잘 알겠고, 어떤 상황인지도 전달이 되기는 한다. 그러나 자극적인 단어의 사용과 자의적 판단에 의한 단어 선택이 걸린다. 시험을 못 본 것이 충격적이라는 것과, 그걸로 좌절했다는 표현도 그렇고, 무엇보다 1등급을 받은 것이 놀랍다고 하는 것도 그렇다. 타인의 시선에서 판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과를 자신이 판단한 것인데 좀 과하다고 여겨진다. 이런 평가나 판단을 품은 단어보다는 조금 덤덤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다 추천한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받은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 했습니다. 특히 수학은 70점대를 기록해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중략) 기말고사에서 지난번 시험 보다 성적이 상승해, 1등급을 받아 교과 우수 상을 탈 수 있었습니다.
그냥 있는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을 선택하라고 한다. 판단은 내가 해서 글로 옮긴다기보다는 읽는 사람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보다는 자신의 느낀 점이나 활동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에 집중하자. 앞의 글 같은 경우는, 차라리 공부를 잘못했던 방식에 대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그랬는지 혹은 그래서 어떻게 깨달아서 바꾸었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훨씬 매끄러울 것이다. 잘못인지 후 깨달음과 반성, 그리고 바뀜의 일련의 과정을 잘 표현해낸다면 꽤 내용이 알 찰 수 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평가는 ‘나’보다는 ‘타인’의 시선으로 하길 바란다.
[윤의정의 쉽게 쓰는 자기소개서] 주관적인 판단의 감정어를 주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