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윤의 초등생활처방전] 내향적인 사람들은 모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을까?
맛있는 공부
기사입력 2014.09.15 10:59
  • 아이가 너무 부끄러움이 많고 내향적이어서 걱정입니다. 자신감도 만들어주고 친구들도 많이 만들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끄러움이 많다, 소극적이다, 내향적이다.’는 모두 같은 말일까? 내향적인 사람들은 모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을까?

    내향적이라는 말은 에너지가 자신의 내부로 향해있다는 의미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 에너지를 채우고 외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채운다. 많은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의견을 자신감 있게 피력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왠지 외향적인 사람들은 활발하고 명랑해보여서 리더십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회분위기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선호하도록 만든다. 많은 사람들 역시 외향성을 동경하고 외향성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 위 사진의 인물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뛰어난 리더라고? 유명한 사람이라고? 물론 그것도 맞다. 위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대표적인 내향적인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스티븐 잡스는 내향적이었지만 부끄러움을 타지는 않았다. 또한 도전하는 면에 있어서 매우 적극적이었다. 내향적인 사람들 중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충분히 갖지 않아 군중 속의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빌게이츠, 아브라함 링컨, 버락 오바마, 워렌 버핏, 간디는 대표적인 내향적인 사람들이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면서 사색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생각해내서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꼭 사교적이고 활발해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고 삶의 기회를 잡는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학급에 똑똑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내향적이었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많아 발표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극적이지는 않았다. “음악줄넘기 부에 들어가서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물었을 때 그 아이는 손을 들었다. 당시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학교에서 하는 영재캠프에도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조용했지만 하고 싶은 것은 당당하게 참여했다. 부끄러움이 많기는 했지만 말하기가 아닌 쓰기를 통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아주 잘 말했다. 이렇듯 내향적이지만 부끄러움을 타지 않고 적극적일 수도 있다. 오히려 외향적이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소극성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친구들과 잘 지내고 활발하여 분위기를 주도하지만 막상 발표를 하려면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는 아이도 있고 자신이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내 아이가 활발하다고 해서 도전정신이 강하고 적극적이라고 생각하고 내향적이라고 해서 부끄러움이 많고 소극적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내향적이지만 강단있는 경우도 많다. 어떤 성향이 꼭 좋다고 말할 수 없으며 아이가 크면서 각 기질이 갖는 단점은 보완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기질이 긍정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만약 너무 내향적인 아이의 성격이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문제를 가져오거나, 아이 역시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현재의 모습의 괴리가 커서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부모가 아이를 도와주어야 하지만 말이다. 이 때 부모는 내 아이가 어떤 기질의 아이라고 규정짓지 말자. 새 학기에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편지에서 ‘우리 아이가 부끄러움이 많습니다. 발표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와 같은 글을 발견하곤 한다. 그리고 상담을 오셨을 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엄마는 왜 이런 말 썼냐고, 올해부터는 잘해보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왜 이런 말을 했냐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아이 역시 발표도 잘하고 싶고 자신감 있게 말하고 싶어 한다. 새 학년이 되면 ‘올해에는 잘해봐야지.’라고 생각한다. 한 해의 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면 ‘발표를 많이 하겠다.’라고 쓰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 역시 스스로 바꾸고 싶은 부분이 생기면 나에 대해 모르는 새로운 담임선생님 앞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단점을 공개하고 아이를 규정한 것이다. 낯선 사람을 만나 부끄러워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익숙지 않아 쭈뼛쭈뼛 인사하는 아이를 두고 “우리 아이가 부끄러움이 좀 많아서요.”라고 부모가 아이 대신 변명해준다면? 부모가 먼저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라고 규정해버리면 아이는 나는 원래 그런다고 생각해버리고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발표를 안 하는 학생도 독려하다보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발표를 하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로서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는가 생각해보자. 아이가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에 기질적인 문제 외에 어떤 원인이 있을 수 있을까? 혹시 아이에게 실패하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강조하지는 않았나, 아이가 실패했을 때 “너 망했어. 제대로 못 할 거면 아예 안 하는 게 차라리 나아.”라고 말하면서 완벽성을 강조하지 않았나,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실패는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일부분일 뿐이고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다, 한번 만 해보자고 격려해주는 것은 큰 힘이 된다. 한 번, 두 번 도전하고 경험 하다보면 자신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지지해주고 있다고 느끼게 하면서 실수해도 괜찮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주자.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아이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거나 부모의 욕심을 과도하게 반영하면서 발표를 강요하거나 여러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원하는 방향, 아이의 기질 내에서 아이를 도와주는 것은 아이가 자신감을 갖게 하고 기질을 보완하게 해준다. 부모는 아이의 기질을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억지로 찰흙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뼈대의 모양에 맞게 붙이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길러주어야 하는 것은 외향성이 아니다. 적극성이다. 아이가 내향적이고 발표를 안 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용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따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도전해보려는 마음, 부끄러움이 많더라고 해도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참여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주어야 하겠다.

    경기안양동초교사/ 초등생활처방전 저자 이서윤